한국도로공사가 첨단 소프트웨어(SW) 개발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최저가 입찰을 이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첨단 관제 SW가 포함된 제품이지만 2단계 최저가 경쟁 입찰을 진행하면서 발주 가격의 30~70% 수준의 저가 낙찰이 지속됐다. 한국도로공사는 30여개에 달하는 업체의 공정성을 위해 최저가 입찰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SW 개발사들은 개발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고 성토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말 세종포천선에 올해 첫 레이더식 차량검지기(VDS)를 구축하는 발주를 냈다. 설계금액은 약 16억5000만원이다.
레이더식 VDS는 레이더센서로 안개나 화재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차량이 사고가 났는지 검지하는 시스템이다. 악조건 속에서 화면 분석이 힘든 CCTV로는 재빠르게 사고 대응을 할 수 없어 2021년 시범사업 후 터널 등에 레이더식 VDS 장착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단순 제조 물품이 아니라 운영, 모니터링 SW와 SW관제가 함께 결합된 제품으로 SW에 따라 정보 수집을 비롯한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도공은 지난해부터 레이더식 VDS 발주에서 SW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방식이 아니라 '2단계 최저가 경쟁 입찰'로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발주가 나왔던 10여건 모두 최저가 입찰로 나왔다. 최저가 입찰로 진행하다보니 원래 제시된 가격의 30~70% 수준에서 낙찰이 됐다. 7억원 규모 발주에서는 3억원 수준에, 5억원 규모 발주에서는 2억원 남짓한 금액에 낙찰이 됐다.
1단계에서 요건을 만족한 업체들이 2단계에서는 가격으로만 경쟁해 최저가로 낙찰을 받는 제도가 2단계 최저가 경쟁 입찰이다. 1단계 요건이 인증 등 간단한 요건이어서 사실상 최저가 경쟁으로 불린다.
한 레이더식 VDS 개발사는 “정부 R&D 과제에 참여까지하면서 우수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공공에서조차 SW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서 “저가 외산을 선호하고 최저가 구매로 혁신제품이 성장하기 힘든 생태계이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도공은 '공정성'을 2단계 최저가 경쟁 입찰 이유로 해명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은 실적을 따지게 되는 만큼 실적이 있는 선행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는 형국이 된다는 것이다.
도공 관계자는 “이 분야 업체가 30여개 정도에서 현재 실적이 있는 곳은 3~4곳 정도”라면서 “협상에 의한 계약이 들어가면 신규업체에 진입장벽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최저가 경쟁 입찰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SW 업계에서는 최저가 경쟁으로 SW 제값을 받지 못해, 저가수주-품질저하-기술개발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문영준 KAIST 교수는 “지능형 교통 사업에서는 지능화되고 첨단화된 SW 개발이 핵심”이라면서 “단순 제조 물품으로 보고 가격 찍기식이나 최저가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첨단 융합 혁신 제품 성장과 글로벌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