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시 두둑하게 엔화 현금을 환전해 입국해야 한다는 여행팁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일본 정부의 '캐시리스' 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현금 사용에 대한 공포가 맞물리면서 도쿄 등 도심지에서는 숙박·식사·상품구매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현금 없이 관광이 가능해졌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장이 신용카드 대중화와 삼성페이의 등장으로 QR결제 활성화가 더딘 편이라면, 일본은 현금 중심 사회에서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고 바로 QR결제로 이행하는 형태의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도쿄의 결제 시스템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점 카운터 앞에서 하나하나 동전을 세는 일본인의 모습을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엔화 환전 없이도 도쿄 관광 충분…편의점·음식점·관광지까지
현재 도쿄 현지 패밀리마트·세븐일레븐·로손 등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설치된 포스기는 신용카드 IC결제는 물론 QR코드나 근거리무선통신(NFC), 애플페이를 포함한 대부분 결제 기능을 지원한다. 점원이 물건 바코드를 인식하면 손님이 카운터 외부 디스플레이에서 원하는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현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와 같은 완전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원동력이다.
이제는 '돈키호테'를 비롯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일본 대형 잡화점도 고객 스마트폰이 생성한 바코드나 QR코드를 인식하는 CPM(고객제시) 결제를 지원한다. 결제속도가 MPM(가맹점제시) 대비 뛰어나 대기열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고객이 직접 금액을 입력할 필요가 없어 계산 착오가 예방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상점들이 CPM을 선호한다.
도쿄 내 유명음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SME) 점포들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을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도입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이들이다.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MPM 결제를 위한 QR코드판을 비치해두고 있는데,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신용카드나 CPM 방식 대비 도입 비용이 저렴하고 수수료도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유명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최근 방문해 화제가 됐던 도쿄 아키하바라의 '메이드카페'는 점원들의 독특한 복장과 응대 방식으로 서구권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음식점이다. 다양한 국가 관광객이 찾는 장소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결제방식을 지원한다. △비자·마스터카드·유니온페이와 같은 글로벌 결제수단은 물론이고 △스이카·파스모 등 IC기반 교통카드 △페이페이·라인페이·알리페이·카카오페이와 같은 스마트폰 코드 기반 결제 △유쵸페이(유쵸은행)·뱅크페이(스미모토은행) 등 은행계열 간편결제 △au페이·페미페이(패밀리마트) 등 디지털머니 결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결제 방식을 설명하면 직원이 해당하는 단말기나 QR코드판을 가져와 안내해 준다.
이밖에 일본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라멘 회사 '이치란라멘'의 주요 지점에서도 식권 발매기 선진화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 기반 결제를 지원하며 도쿄의 랜드마크 '스카이트리'의 전망대와 입점 상점들, 카카오택시처럼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GO택시'도 애플리케이션(앱) 내 결제 및 현장 QR결제를 모두 지원한다.
다만 앱을 통해 식당의 카카오페이 결제 여부를 미리 알 수 없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구글맵 등에도 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는 없어 전화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본 1위 '페이페이' 손잡은 카카오페이…한국 여행객 지원
이달 카카오페이는 최근 일본 QR코드 결제 1위 사업자 페이페이와 결제 편의성 증진과 가맹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결제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카카오페이 앱 내 표기가 자동으로 '해외결제'로 전환되며 충전금뿐만 아니라 쌓인 카카오페이 포인트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우대환율, 할인이벤트도 자동 적용된다.
카카오페이 사용자는 일본에 구축된 '알리페이 플러스'와 페이페이 QR망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게 입구나 카운터에 카카오페이 로고나 '알리페이 플러스' 로고가 있다면 국내와 동일한 방식으로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일부 부가기능의 경우 국내와 차이가 있는데, 가령 '자동충전' 기능이 일본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결제 시 충전된 금액보다 결제금액이 더 클 경우, 연결된 은행계좌에서 필요한 만큼 자동으로 금액 충전을 해 준다. 이 방식에 익숙한 고객은 갑자기 결제 불가가 뜰 경우 원인을 몰라 당황할 수 있다. 계산 직전에 충전금을 확인해 넉넉하게 늘리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사용 중인 무선인터넷의 속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상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이 인식해 지정된 인터넷 주소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형태기 때문이다.로밍이나 현지 유심칩·포켓 와이파이 구입 등으로 일반적인 인터넷속도가 가능하다면 결제에 지장이 없으나, 통신사에서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는 로밍의 경우(하루 할당 용량을 모두 소진하면 200~400kbps 수준) 결제가 지연돼 중단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현금만 받는 상점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여분의 비상금은 챙기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설치된 지 오래된 식권 자판기들은 현금 이외의 방식을 지원하지 않으며, 이들 가게는 한글이나 영어로 된 안내문을 붙여둔다.
또 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하네다공항 전철역 매표소 역시 직원에게 승차권 구입 시 현금만 사용할 수 있다. 자동발매기에서 IC칩이 장착된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승차권이 아닌 정기권 구입 시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기기들이 있어 사전 확인을 해야 한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공항 및 현지 편의점에 설치된 ATM에서 연결된 은행계좌 잔액을 간편하게 인출할 수 있다.
도쿄(일본)=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