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미래 TV 주도권, 초대형·초고화질 기반 플랫폼에 승부 걸어야

중국 TV업체들은 올해도 물량공세와 함께 우리 기업의 차세대 경쟁력이었던 운용체계(OS), 플랫폼, 스마트홈 서비스 영역까지 보강에 나서면서 추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삼성·LG와 비교해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기업이 초대형·초고화질 부문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서비스·콘텐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TCL 마이크로 LED TV
TCL 마이크로 LED TV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중국 TCL은 삼성전자 바로 옆에 대규모 부스를 꾸렸다. 이 전시장에는 98형 8K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뿐 아니라 136형 마이크로 LED TV, 65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까지 한국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영역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OLED TV 시장에서 22번째 제조사로 공식 데뷔하면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이센스도 이 전시회에서 주력 프리미엄 라인업인 미니 LED TV 'ULED'를 65형부터 85형까지 집중 배치했다. 100형이 넘는 대화면과 8K 고화질 TV도 곳곳에 배치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분명히 했다.

CES 2023에서 하이센스가 공개한 스마트홈 공간
CES 2023에서 하이센스가 공개한 스마트홈 공간

양사는 삼성·LG가 장악한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 제품은 물론 '플랫폼'까지 공개하며 소프트 파워 확보에도 열중이다. 우선 TCL은 올 초에 글로벌 TV 시장 최초로 자사 제품에 스마트홈 표준 '매터'를 적용했다. TV를 스마트홈 서비스 제공 허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이센스는 독자 OS인 'VIDAA'를 공개하고 전용 콘텐츠는 물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완벽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영향력을 확대하지만 소프트파워 확보로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시장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시장에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는 한편 콘텐츠·서비스 영역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정부의 막강한 차세대 패널 육성책과 엄청난 내수를 바탕으로 고화질 프리미엄 제품과 TV를 활용한 플랫폼·서비스 비즈니스 성장 잠재력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 잠재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십 수 년 간 글로벌 가전, 네트워크, 콘텐츠 회사 등과 협업해 생태계를 꾸렸다. 반면 중국은 자체 OS나 플랫폼 서비스 역시 내수 고객만을 위해 제공할 뿐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구글이나 로쿠 등 타 회사 OS를 탑재해 판매 중이다. 우리가 주도하는 생태계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이 열세인 80~90형대 초대형 고화질 TV 영역에서 압도적 격차를 유지할 투자가 필요하다.

TV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OS나 플랫폼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내수에 기반할 뿐 글로벌 시장에는 공개하지 않아 결국 표준화된 서비스 부재로 영향력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개인화된 서비스, 초대형 스크린 등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