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한국 관광객 '폭증'…간편결제 확대 마중물 되나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관광 명소 3D 거대 고양이 간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관광 명소 3D 거대 고양이 간판.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억눌려왔던 여행심리, 2시간 전후의 길지 않은 항공기 이동시간, 엔저로 인한 물가 하락 효과 등이 중첩되면서 제주도·동남아와 비교할 때 여행지로서 매력이 물씬 높아졌다는 평가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479만명 중 한국인이 160만명으로 전체 33.4%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79만명, 홍콩 42만명을 등을 각각 2배, 4배 가까이 앞서는 규모다. 한국 여행객이 일본에서 쓴 비용은 1999억엔(약 1조9700억원)으로, 전체 일본 관광객 지출 중 19.7%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외국인의 단체 관광을 허용한 이후 단계적으로 국경을 개방 중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포함한 세계 68개 국가·지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했고, 오는 5월 8일부터는 코로나19의 감염증법상 분류를 인플루엔자(독감)과 같은 5류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할 때 백신접종증명서나 출국 전 음성증명서(PCR)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와 더불어 5월부터 일본 각지에서 다양한 지역 축제가 재개될 예정이기 때문에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여행객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간편결제 기업들은 한국인 관광객 증대를 자국 시장 내에서 간편결제 영향력을 높일 기회로 포착하고 있다. 일본 1위 QR코드 결제 사업자 페이페이의 경우 “한국 관광객을 '오모테나시(최고의 환대)'로 대접하겠다”며 한국 카카오페이와 파트너십을 거듭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관광객의 증가는 일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캐시리스(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결제)'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실이나 잔돈 처리 문제 때문에 일본인의 현금 중시 문화는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을 할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지적돼 왔다.

과거 일본은 대부분 주요 관광지에서도 현금 결제만을 받아왔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는 비접촉 결제 가맹점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도쿄 등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가 낮은 QR결제망이 가맹점에 널리 보급됨에 따라, 관광객들 역시 간편결제가 가능한 상점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간편결제 기업들은 이와 같은 대내외 상황을 신규 가맹점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 아키바하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도쿄 아키바하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캐시리스 비전'에서 일본 내 비현금 결제 비율을 2025년까지 40%, 향후 목표치를 80%로 잡았다. 일본 경제산업성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16.9%에 불과했던 일본 캐시리스 결제인구는 2019년 26.8%를 기록해 5년 동안 10%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코드결제건수가 2019년 약 96만건으로 집계돼 전년 15만건 대비 무려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인구·건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결제액 비중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액 합계는 111조엔(약 1095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로, 전체 결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