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가상제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에 나선다.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대표 제조 분야 가운데 타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공정을 선별해서 가상화·표준화하고, 요소 기술과 연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상제조를 양자기술, 차세대 이차전지와 같은 국가전략기술로 삼아 중소기업 제조혁신을 집중 지원한다는 목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산하 중소기업 전문 R&D 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을 통해 디지털 가상제조 플랫폼 R&D 전략 기획에 착수했다. 가상제조는 지난해 10월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세부 중점기술 가운데 하나다. 이미 양자기술, 소형원자로(SMR), 차세대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달 탐사, 6세대 이동통신(6G) 등 6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국가적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임무를 정해 민·관이 함께 5~7년 동안 집중 투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에서는 첨단로봇·제조 분야 핵심 세부 기술로 가상제조를 꼽고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가상제조 기반 확충이 중소기업에 중요한 필수 기반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국가기술자문회의 프로젝트 선정과 예타 패스트트랙 절차 등을 거쳐 2025년부터 사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제조 업종 및 분야 가운데 타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고 가상화에 따른 실익이 큰 업종의 표준공정을 선별해서 가상화를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공정 제조데이터 발생 대표 현황을 파악하고 데이터셋 구축은 물론 데이터 표준화 방안도 개발한다. 가상공정 구현을 위한 현장 말단의 가상센서 설치와 연계 방안도 동시에 마련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확보한 제조데이터가 가상제조 플랫폼에서 작동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을 단계별로 개발하는 것이 장기 과제다. 최종적으로는 제조데이터와 요소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가상제조 플랫폼 구축이 목표다.
중기부는 이보다 앞서 실시한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 6000억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례 고배를 들이킨 만큼 올 하반기 추진 과정에서는 사업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
이르면 상반기에 발표할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에도 가상제조 분야 활성화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전략이 스마트공장 보급에 중점이 놓였다면 새 전략은 지역중소기업 혁신을 중점 지원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가상제조 분야는 국가전략기술 가운데에서도 중소 제조업체가 영위하는 필수 기반 기술”이라면서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상제조를 통해 제조혁신을 이뤄 제조업 전반에 걸친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