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 메세는 올해 76번째를 맞이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기술, 무역박람회이다. 산업자동화, 에너지기술, 정보기술(IT) 플랫폼, 인공지능(AI)이 상호 융합하며 진화하는 디지털 산업을 총망라한다.
올해는 60개국, 2600여 업체, 8000여 제품을 전시했는데 우리나라 참여기업은 모두 72개사다. 국내 관련 기업의 중장기 마스터플랜과 초격차 기술을 발굴하고 글로벌 최고 기업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광주에코에너지산업클러스터 회원들이 참관했다.
올해 하노버 메세에는 지멘스, 오토데스크, 보쉬,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의 글로벌 IT기업을 비롯해 AI 기술, 에너지 안보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 신기술 및 효율화, 수소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하노버 메세 대주제는 '산업 대전환-차별화'이다. AI와 머신러닝, 탄소중립 및 생산, 에너지 관리, 수소 및 연료전지, 인다스트리 4.0, 연구기술, 글로벌 비지니스 등의 각 주제와 산업 분야에 맞춘 참가기업은 다양한 첨단 솔루션을 선보였다.
올해 하노버 메세는 전 세계 바이어, 제조사, 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산업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전시회로서 바이어와의 미팅 외에도 전시장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 등을 통해 산업 전반의 동향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관 첫째날 전체 15개관을 돌다 보니 체력에 한계를 느끼기까지 했다. 독일과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국가는 단일통화권과 기술표준으로 동아시아권 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응해 동아시아 국가가 '동아시아기술표준원(e-AATS)으로 뭉쳐 광역 개념의 시장 확대를 추진할 필요성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독일은 올해 원자력발전을 멈췄고 2035년부터는 디젤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참가기업인 SFC 에너지 AG는 고정식 및 이동식 하이브리드 전력솔루션을 위한 수소 및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 공급업체로 청정에너지와 청정 전력관리 사업부문을 운영하는 연료전지를 제조하고 있다. SFC 에너지는 독일 뮌헨에 본사가 있고, 네덜란드와 루마니아 및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6만개 이상의 연료전지를 판매한 수소 전문기업이다.
H2 코어시스템은 언제든지 확장이 가능한 모듈식으로 구성한 전기분해 시스템을 개발, 제조 및 유지관리하고 있다. 연료전지 확장 옵션에 따라 압축기 및 다양한 저장옵션을 결합해 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맞춤화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산형, 자급자족 및 친환경 에너지 공급을 위한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 시스템과 결합된 완벽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피셔 연료전지는 스위스 헤르초겐부치에 본사를 둔 연료전지용 공기압축기 분야 리더이며 피셔 스핀들 그룹 AG의 관계사이다. 피셔는 유명한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제조업체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기자동차와 수소트럭, 수소선박, 수소트램 등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안전한 직류(DC)산업을 활성화해 융복합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세계 시장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에너지기업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도록 무한의 신뢰와 애정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한다.
이번 참관단에 동행한 박찬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수소연료전지 전시관을 둘러본 뒤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수전해, 연료전지 스택 및 시스템 업체를 비롯해 소재 중심의 유럽, 한국, 일본, 중국 회사들이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EU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2035년부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버스·트럭·특장차 등 상용차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변경하기 위해 커민스, AVL, 셀센트릭, 루프, 리파이어 등 많은 업체들이 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어서 전시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들 업체들은 100㎾ 이상의 파워 트레인을 제조하고 대부분 차량을 생산하지 않고 파워 트레인만 제공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지역 특장차 업체들이 원한다면 이러한 연료전지 엔진을 구매해 친환경 차량을 생산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나라 현대모비스도 연료전지 엔진에 들어가는 스택을 판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료전지 스택만 구매해 파워 트레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스택에 필요한 멤브레인 전극 어셈블리(MEA)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전시가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었지만 스택에 들어가는 금속 분리판 업체들은 꽤 많이 전시됐고 제조기술 수준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 지역에서는 연료전지 소재부터 스택, 시스템 제조까지 공급망이 확실하게 형성이 돼 있고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해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전시회였다고 평가했다.
고재하 호남대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47%에 해당하는 제1의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력제한이 화두이며 제주도에 국한됐던 것이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이 설치된 전남도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일찍이 공급과잉에 따른 문제를 경험했고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P2G( Power to Gas) 형태의 기술개발 및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P2G가 P2X(Power to X) 형태로 진화돼 수소 생산부터 소비 지역까지 연결되고 수소기반 운송, 공장설비, 가정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관련분야에 해당하는 제품 및 부품군을 전시해 P2X 생태계가 곧 손안에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P2X 밑그림을 전시하는 배경을 보면 대부분 도시를 목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먼 곳의 해상풍력발전단지 등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는 부분으로는 도시내로 운반하고 활용하는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하는 모든 장치산업에 수소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전방위적인 수소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P2X 형태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해 보이는데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실증·연구하는 팀을 구축해야 하며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에너지융복합기술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주 광주에코에너지산업클러스터 회장 alfa62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