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비혼과 만혼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에서 단시일에 인구 감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피라미드형 인구 구조가 급격히 역삼각형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부어서 명문대에 입학시키려는 투자는 과잉이 아닐까 의심한다. 필자도 동의한다. 출산율도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 사회에서 10대 후반의 고졸 학생은 더 이상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는 학생의 주류가 아닐 수도 있다. 이제는 40대나 60대 신입생을 위한 커리큘럼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평생 교육 및 인생 다모작 사회에서 변화를 이끌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잘 교육할 것인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정해진 미래'라는 말은 조 교수의 저서 명칭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미래예측 방법론은 경제학·미래학 중심으로 해서 고도로 발달해 왔다. 기존 데이터를 학습시켜 미래 지표를 예측해 내는 기계학습 방법론은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거시경제 예측 모델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경우도 많다. 기존 거시경제 예측 모델이나 통계학이 최근의 기계학습, 딥러닝과 유리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한 예측 모델뿐만 아니라 델파이 기법과 같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심도 있게 정리해서 미래 대비책을 도출하기도 한다. 의미 있는 방법이다.
독립적 전문가들의 식견은 일반 대중의 그것보다 나은 경우도 많이 있다. 다만, 자본과 권력에 종속된 전문가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정말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묻히기 십상이다.
이러한 전통적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블랙스완'이라 불리는, 확률은 극도로 낮지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다.
지구 전체가 생태적으로, 경제적으로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의 변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지진 예측 모델이 점점 더 발달하고 있듯 급성 경제위기를 예측하는 모델 역시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기계학습과 딥러닝까지 가세하니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블랙스완 대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래예측 모델의 발달에 따라 기업이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하와이대 명예교수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의 시나리오 방법론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교수는 미래를 네 가지 유형의 시나리오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속적 성장 유형, 사회 붕괴가 나타나는 유형, 성장은 정체되지만 나름대로 적응해 가는 유형,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사회로 전환되는 유형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이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미래를 유형화하다 보면 각 유형이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불확실성을 상당히 낮추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다면 미래가 주는 두려움은 한결 가벼워진다.
개인의 미래 대비도 마찬가지다. 최악에서 최선의 경우까지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그러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운다면 정말 원하는 직업을 갖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하지 못하더라도 차선책으로 소질과 재능이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의 미래가 아니면 다 필요 없다는 흑백논리로는 미래가 갖는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없다. 시나리오별 가능성을 고민함과 동시에 확률이 낮아 보이는 시나리오에도 일정 정도 대비함으로써 미래가 갖는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대책'이 아닐까 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