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 칩의 발전방향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조교수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조교수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능형 챗봇, 기계번역, 정보추출, 음성인식, 선호도 분석뿐만 아니라, 글쓰기나 이미지 생성 및 검색 등 적용 범위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 효율과 성능 향상을 위해 고성능 AI 칩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대규모 학습을 위해 많은 에너지와 AI 칩을 요구한다. 구글은 텐서처리장치(TPU; Tensor Processing Unit)라 불리는 4세대 AI 칩을 개발, 대규모 서버를 구축하고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개발하고 있는 5세대 칩이 상용화되면 좀 더 적은 비용으로 더욱 향상된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챗GPT에 사용된 AI 시스템은 그래픽처리장치(GPU; Graphic Processing Unit)를 활용한다.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전용 AI 칩 개발은 필수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전용 가속 칩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전용 AI 칩 개발은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에너지 효율성이다. 에너지 고효율 AI 칩을 통해 적용 분야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응용 분야에 적합한 칩 개발이다. 기존 AI 칩의 경우 재학습과 추론이 필요한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다른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AI 칩 개발이다. AI는 6세대(6G) 통신 네트워크와 같은 차세대 기술과 통합되어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상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차세대 AI 칩 가운데 하나인 뉴로모픽 칩은 인간 두뇌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도록 설계됐다. 이 칩은 행렬 연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존 AI 칩과 달리 두뇌의 뉴런(신경세포)이 동작하는 원리를 적용, 두뇌의 다양한 장점을 보유했다. 뉴로모픽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사용된 구글 알파고의 경우 300㎾의 전력을 소비하였지만 인간의 두뇌는 단 20W의 전력만을 소비한다. 최근에 개발된 인텔의 로이히2(Loihi 2)의 경우 이러한 두뇌의 저전력 장점을 계승하고 있다. 칩 한 개에 100만개 뉴런을 탑재하며, 불과 수십 ㎽의 전력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센서 시스템과 결합,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과 뉴로모픽 칩을 결합시켜 학습 및 추론을 통해 인간보다 뛰어난 기능을 구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뉴로모픽 칩은 인간의 두뇌처럼 실시간 적응력을 갖춘 학습이 가능하다.

기존의 AI 칩의 경우 데이터를 통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뉴로모픽 칩의 경우 실시간으로 학습해 AI 네트워크의 재학습을 지원한다.

AI에 대한 수요 및 적용 분야가 확대됨에 따라 AI 칩 관련 기술과 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하고 또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주둔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산업을 조기에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AI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칩 관련 차세대 기술 확보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조교수 yoonseok.yang@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