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SK온과 함께 6조5000억원을 투자,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 삼성SDI는 최대 4조원 이상을 투입,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대응해 한국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의 대미 투자 행보가 이어진다. IRA는 미국 전기차 생산뿐만 아니라 북미산 배터리를 사용해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전환 정책 수혜와 함께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현대차그룹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가 SK온과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공동투자해서 미국 조지아주 바토 카운티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기간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이며 합작법인 지분은 각 50%씩이다.
합작공장은 전기차 30만대(35GWh)에 이르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북미 내수용 전기차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다. 합작공장 인근에 현대차 및 기아 조지아 서배너 공장과 앨라배마 공장이 위치했다.
현대차, 기아는 전기차 공장과 접근성이 우수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온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신설하고 (다른 공장을) 추가 건설하면서 2026년에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에 3조~4조원을 투자해 30GWh 이상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GM과 함께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방안을 합의했다. 양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4조원) 이상을 투자, 연간 30GWh 이상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신규 공장 부지는 미정이다. 업계에서는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
삼성SDI가 GM과 미국에서 배터리를 합작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GM과 양사 최대 규모이자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과 원통형 두 가지 폼팩터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혼용 공장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현재 미국 현지에 3개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하고 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를 배터리 협력사로 추가, 전기차 생산 기반을 확대한다. GM은 오는 2024년 중반까지 북미에서 4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고 2025년 생산량을 10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스텔란티스에 이어 GM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삼성SDI의 미국 내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 발표는 한미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성과로 한미 대기업 협력을 넘어 '기술동맹'으로서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GM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딛게 돼 기쁘다”며 “GM이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안전성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