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에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등 보험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여신전문금융업계(여전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캐피털 등 여전사 보험판매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역차별 비판이 일고 있다.
보험업 진출은 캐피털사의 숙원 과제 중 하나였다. 여신금융업법 시행령에 여진전문금융사가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대리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정작 보험업법상에는 여전사 가운데 카드사만 보험대리점(GA) 설립이 가능하다. 업권별 법령이 충돌하면서 캐피털사의 보험업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여신전문금융업계와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털사에 대해 GA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2023년이 되도록 법령 수정은 깜깜무소식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가 이달 초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플랫폼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안을 발표하면서 캐피털사 불만이 폭발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보험 소비자가 네이버·카카오·토스가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 본인에게 맞는 보험상품을 찾을 수 있는 보험중개 업무를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같은 여전사지만 카드사는 GA 업무가 허용되고 캐피털사는 허용되지 않는 차별 규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융당국은 요지부동”이라면서 “해외 캐피털사처럼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전사의 보험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캐피털사가 보험판매를 하는 것은 일반화된 형태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사는 물론 비금융사도 고객 정보보호와 금융소비자보호 등에 대한 규제만 준수하면 차별 없이 모두 GA 영업을 할 수 있다. 실제 도요타 전속금융사인 '도요타 파이낸셜'은 2016년 미국에서 자동차보험대리점을 설립해 운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보험업 진출이 사실상 허용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사라진 운동장'이라는 정책적 소외감과 더불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