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김재영 교수를 포함한 121명의 국제공동연구진이 최초로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물질 유입 흐름, 그리고 강력한 제트를 동시에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관측에 성공한 새로운 영상은 블랙홀 주변에서 물질 흐름이 제트 현상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관측에는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간섭계 관측망(GMVA), 아타카마 거대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 망원경(ALMA), 그린란드 망원경(GLT) 등이 동시에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 망원경들의 참여로 영상 품질이 크게 향상돼 발견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 27일자에 게재됐다.
블랙홀로 유입되는 가스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돼 외부로 분출될 수 있으며, 이를 흔히 제트 현상이라 부른다. 천문학적 제트 현상은 1918년에 M87 은하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많은 은하에서 제트 현상이 발견됐다. 제트 현상이 블랙홀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은 지난 세기 동안 더러 발견됐지만 사건의 지평선 규모에서 블랙홀로 물질이 유입되고 제트가 방출되는 모습은 직접 관측되지 않았다.
이전 연구에서 사건지평선망원경(EHT)으로 찍은 최초의 M87 블랙홀 사진은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만 보였다. 블랙홀 주변의 휘어진 시공간이 보이지만, EHT 망원경의 민감도 한계로 인해 블랙홀과 거대 제트의 연결 부분은 영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M87의 새로운 GMVA 영상은 블랙홀 그림자와 더불어 블랙홀로의 물질 유입 흐름과 제트의 시작 부분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 연구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김재영 경북대 교수는 “이전의 EHT 영상이 블랙홀 자체의 실존을 증명했다면, 이번 GMVA 영상은 블랙홀 바로 주변의 복잡한 천체물리학적 과정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 총책임자인 중국 상해 천문관측소(SHAO) 루센 루 박사는 “3.5㎜ 파장에서 관측한 고리 구조가 이전에 EHT로 관측한 블랙홀 그림자보다 더 크고 두꺼운 것을 확인했다”며 “블랙홀에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강착 원반 흐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연구단에는 김재영 경북대 교수 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등 총 네 명의 국내 연구진이 참여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