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이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했다.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는 것으로 예상되나 지금까지 그 존재에 대한 간접적 증거만 제시됐을 뿐 영상화에 성공한 적은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MVA)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그린란드 망원경(GLT)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보다 긴 3.5㎜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 대비 약 50% 크게 나타났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 블랙홀들이 주변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 예측 또한 증명했다.
연구진은 또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으로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에는 천문연이 운영에 참여하는 ALMA 역할이 컸다. ALMA는 이미지 감도와 남북 방향 분해능을 크게 향상해 사상 최초로 3.5㎜ 파장대에서 고리 구조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
연구진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천문연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GMVA, ALMA를 활용해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집중적으로 추가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 플라즈마가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 측 책임자 박종호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27일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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