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22개사다. 2021년 18개사에서 4개사 늘었다. 한국인의 뛰어난 머리와 '빨리빨리' 성격이 스타트업 성장 밑바닥에 깔려 있다. 여기에 기업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득권과 충돌하는 신산업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리걸테크 분야가 대표적이다. 리걸테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은 법률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다. 2015년부터 다양한 변호사 단체로부터 고발됐다. 법정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세 차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대한변호사협회 광고규정 가운데 '로톡 금지 핵심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일부 위헌 결정으로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지속된 기득권층의 딴지에도 법은 로톡 편을 들어줬다.
징계권이 있는 변협은 지난해 10월 로톡 이용 변호사 9명에게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다. 법무부의 결정은 아직 없다.
로앤컴퍼니는 2012년에 창업했다. 정보기술(IT)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서 법률 서비스 대중화와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였다. 2014년에 로톡 서비스를 출시, 2021년에 중기부 예비유니콘에 선정됐다. 2022년에는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톱500 가운데 법률 부문 2위에 올랐다. 올해 2월 기준 누적 의뢰인 방문자 수는 약 4130만명, 법률 상담 건수는 약 88만건에 이르렀다. 로톡이 추구하던 사회적 가치도 성과를 냈다. 의뢰인의 67%를 MZ세대가 차지했고, 매칭을 원하는 경력 10년 이하 청년 변호사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다양한 의뢰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옆 나라 일본에도 리걸테크 시장이 존재한다. 특히 변호사법은 우리와 유사하다. 법률 사무를 취급, 중개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중개수수료)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광고는 허용한다. 2000년 '변호사 업무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TV·지하철 광고 등이 허용됐다. 2000년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는 '벤고시닷컴'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온라인플랫폼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일본 리걸테크 시장도 부침이 없진 않았다. 2018년 일본변호사연합회(변련)가 '변호사정보제공 웹사이트 게재에 관한 지침'을 정하면서 논란은 정리됐다. 광고는 허용하되 '알선'이나 그 대가로 금전 등의 이익 수령은 위법으로 규정했다.
변련의 인식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법률서비스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장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이 일상으로 들어온 이상 변호사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변호사가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거나 광고하는 것을 허용,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벤고시닷컴에는 일본 변호사의 50%가 등록했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다시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 9명은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징계위원회는 결정을 3개월 연기했다. 어떤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늦어도 오는 6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는 사이 로톡은 인력을 50%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받았다. 4000명에 육박하던 변호사 회원도 2000명으로 반토막 났다. 법무부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모른다. 다만 법률서비스도 시장이라는 옆 나라 일본의 인식을 귀감으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엔 여전히 제2, 제3의 '타다'가 많이 존재한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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