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매년 전기 화물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충전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대수 확대에 급급해 차량 성능을 고려하지 않아 충전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보급 대수는 전기 화물차 5만대, 승용차 21만5000대로 각각 기존 보급대수 대비 62%, 72% 증가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전기 화물차인 포터EV가 출시된 2019년 12월 이후 전기 화물차 보급 대수를 매년 큰 폭으로 늘려왔다. 2004년 이후 신차에는 허가되지 않던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올해도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예산은 작년 대비 6.5% 증가한 2조5652억원이 배정됐다.
환경부의 '무공해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보급된 전기차는 모두 40만2549대로 승용차가 31만5675대, 승합차는 5220대, 화물차는 8만1507대로 집계됐다. 특히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에만 16만4486대의 전기차가 보급됐고, 이중 3만8471대는 화물차였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도 추가로 구축했다. 무공해차통합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구축된 전기차 충전소는 20만5205개이며 작년에만 9만8504기가 추가로 구축됐다.
그러나 충전 속도가 느리고 주행 거리가 짧은 전기 화물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전기 화물차는 충전 속도가 승용차보다 느리다. 전기 트럭은 10%에서 80%까지 충전되는데 47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100kW급 충전기를 사용했을 때다. 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고속 충전기도 50kW급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전기 승용차 4~5대 충전하고 갈 시간에, 전기트럭 1대가 충전기를 장시간 독차지하고 있으니 충전인프라를 확충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100kW 충전기든 200kW 충전기든 화물차의 충전 속도는 비슷하다, 충전기를 함께 이용하는 전기 승용차 운전자의 불편이 심각하다. 저성능 전기트럭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독점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 승용차보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상용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주행가능거리가 지나치게 짧아 충전을 자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주행거리와 잦은 충전은 생계가 걸린 전기 트럭 차주들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충전소에서 장시간 기다리거나 여러 충전소를 방문해 겨우 충전을 하는 '충전 난민'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불만이 속출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급속충전기 이용 시간은 최대 50분, 충전 용량은 최대 80%로 제한해 충전기 독점을 방지한다고 발표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소형 전기 화물차는 주행거리가 짧아 일반 차주를 위해 설치한 충전기도 사용하면서 충전시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주행거리가 짧아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차주들이 디젤차를 폐차하지 않아 환경 대체 효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전기 화물차 5만대 추가 보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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