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알뜰폰이 떠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은 규제 샌드박스 기업을 넘어 알뜰폰 정식사업자가 됐다. 토스도 직관적인 사용자환경을 내세운 토스모바일로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각자 통신사 및 알뜰폰 플랫폼과 손잡고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시장이 금융 알뜰폰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서 기존 알뜰폰 시장 이용자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금융·통신 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용자 편의를 향상할 수 있는 방향을 원한다. 특히 금융기업이 통신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신용평가 모형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도 클 것이다. 실제 정부는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알뜰폰을 부수 업무로 지정할 길을 열어 줬다.
실증 특례 기간에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시도를 이어 왔다. 리브모바일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통해 금융 및 통신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KB국민인증서를 알뜰폰 가입 등에 적용, 이용자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기도 했다. 통신요금 납부 등 다양한 통신 데이터를 마이데이터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시장에 진출할 금융 알뜰폰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앞장설 수 있는 사업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알뜰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금융 분야와의 융합 사업 가능성을 시장에 보이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과 더불어 기존 알뜰폰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국민은행이 내놓을 상생안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해서 금융 알뜰폰이 시장 내 공정 경쟁 구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선도 사업자인 국민은행이 부수업무 신고에 앞서 상생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 실제 리브모바일은 금융위원회와 상생 관련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알뜰폰협회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동통신 자회사 수준의 규제까지는 어렵더라도 도매 대가 이하 상품 지양 등은 당국과 논의해서 관련 규정 등에 넣을 수 있다. 시장에 직접 기여할 방안도 있다. 기존에 알뜰폰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간으로 만든 알뜰폰스퀘어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2호점을 만든다면 유동 인구가 많고 실제 사업자의 다양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곳에 구축할 수도 있다.
융합을 기반으로 한 혁신 시대다. 금융과 통신 융합도 결국은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쪽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