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직접 '워싱턴 선언'을 공개했다.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은 '신속' '압도' '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정권의 종말'을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 선언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한 전략폭격기·항공모함·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확장억제 강화와 그 실행 방안은 과거와 다르다. 북핵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워싱턴 선언을 공개하며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직접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전개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면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공식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친미 외교는 한반도에 큰 위험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CCTV도 중국 고전 수호지에 나오는 '투명장'을 거론했다. 불법 단체 가입 전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나쁜 일을 해 보인다는 뜻이다. 환구시보의 전 편집인은 '미국에 노비처럼 무릎을 꿇었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같이 한국을 손보면 낭패에 빠질 텐데 미국 아빠와 일본 삼촌은 하나도 안 도와줄 겁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미국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기 전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이것은(워싱턴 선언) 직접 충돌 요인이 아니며, 엄연히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비 방안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우려하거나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워싱턴(미국)=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