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에 다시 한 번 금이 갔다. 지난 2017년 11월 규모 5.4 포항 지진,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 규모 4.1 규모 지진에 이어 또 다른 지진이 우리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이번에는 해저 지진이다.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48~60㎞ 떨어진 해역에서 최대 규모 3.5로 발생한 지진이다.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내륙이 아닌 데다, 이전 것보다 규모도 작다. 그렇지만 이에 따른 불안은 적지 않다. 여기에는 갖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진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는 점이 컸다. 지난 23~26일 나흘 동안에만 19차례 지진이 이어졌다. 규모 2.0 미만은 10차례, 2.0에서 3.5까지 상대적으로 큰 규모는 9차례였다. 더욱이 지진 규모가 갈수록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혹시 더 큰 지진이 이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다.
또 다른 우려점은 발생 장소가 바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불과 12년 전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지진해일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지진도 해일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혹시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해일에 닥치지 않을까 등 물음에는 무 자르듯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미온적인 시선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 지진이 우리나라가 속한 '유라시아판'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 경계에서 발생한 것에 비해 위험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판 내부는 경계보다 지진 규모가 작고, 발생 빈도도 드물어 더 큰 지진 발생이나 지진이 우리나라 내륙으로 확산하는 등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판 내부 지진 특성은 경계에서 것 대비 규모가 작고 드물다”며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은 동해 해저 지진에 따른 해일 발생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지진에 따른 해일은 굉장히 큰 규모 6.5 이상 지진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과거에 동해상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있지만 근래에는 사례가 없어 대형 해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해 해저 지진과 관련 또 다른 위험 요소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광수 지질연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섣불리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동해 지역은 해저 지역이 가파른 경사를 지닌 곳으로, 혹시 지진이 이어진다면 이런 사면이 붕괴해 또 다른 지질재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와 모니터링을 지속해 자료를 쌓아가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나라 해역에 대한 해저활성단층연구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질연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2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인데 지난해에 동해 남부에 대한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번 해저 지진이 발생한 동북권은 후순위 대상이어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연구 수준과 자료로는 동해에서 실제 추가 지진이 발생할지, 혹은 이런 지진이 내륙까지 이어질지, 해일이 발생할지 여부 등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연구와 자료 확보가 이어진다면 보다 나아질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광수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진은 많은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특히 우리가 쉽게 단정짓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진 특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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