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방송법, 5월 정국 뇌관으로…여야 '평행선' 속 거부권 행사 초미 관심

"정치적 독립성 확보" vs "공영방송 장악 시도"
與. 민주노총·언론노조·시민단체 장악 우려
野,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시급성 피력

[스페셜리포트]방송법, 5월 정국 뇌관으로…여야 '평행선' 속 거부권 행사 초미 관심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여야는 향후 법안 내용, 표결 시기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여야 대치 국면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방송3법 개정안, 이사회 확대 개편이 핵심

방송3법 개정안은 KBS·EBS 이사회와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개편하고 운영위원 숫자를 21명으로 증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사회를 확대 개편함으로써 이사회 구성에 있어 정치권 입김을 줄이자는 취지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 최고 의결기관은 이사회(11명)다.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이다. 관행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는 방통위 여야 비율에 따라 나눠먹기 식으로 배분돼 왔다. 방통위원은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됐다. KBS와 EBS는 이사 11명 중 여당이 7명을, 야당이 4명을 추천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이사 9명 중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는 식이다.

방송 3법 개정안은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4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 등 직능단체별 2인씩 6명 등 이사회 규모를 방송 3사 공히 각각 21명으로 늘렸다. 국회 5명(여야 의석수 비율에 따라 추천)을 제외한 16명, 약 76%를 방송·미디어 외부 유관 단체 입장이 반영되게 한 셈이다. 공영방송 사장은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꾸린 100명의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여야 평행선…정치적 독립성 확보 vs 방송 장악 시도

여야는 방송3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에서 맞붙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치 권력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변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정치적 종속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한마디로 정치권이 방송에서 손떼 법”이라고 주장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핵심은 특정 정치집단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를 살린 것”이라며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일방 처리가 아니라 국민 의견도 듣고, 특별다수제 도입을 통해 사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민주당의 방송장악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3법은 공영방송이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는 악법으로, 영구히 민주당 방송, 민노총 방송을 만드는 법”이라며 “정권이 뒤바뀌자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방송법을 강행한다는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방송법은) 친 민주당 인사들로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검은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방송법을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3법, 향방은

민주당은 지난달 21일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3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사실상 단독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직회부 요구가 있고 난 뒤 30일 이내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를 하게 돼 있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민주당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내달 5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상정을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정되면 표결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주말 사이 참모들에게 부재중 국내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거부권 행사 여부 등에 대해서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방송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송법은 공영방송에 정치권이 덜 개입하자는 취지로, 규칙의 차원이라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박광온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된 만큼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