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 회사채 발행 10조원 육박…전기요금 결정 연기 '후폭풍'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치권이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보류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가 누적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한 이번 달에만 회사채를 1조5400억원 추가 발행했다. 현 상태면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올 여름에는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속하게 불어나면서 한전의 이자 부담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치권이 한전 부실을 키울 수 있다면서 빠르게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4일 기준 올해 누적으로 회사채를 9조5500억원 발행했다. 이달에는 24일까지 1조5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봄철 전력소비량이 적은 경부하기를 맞아 회사채 발행 규모는 겨울철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는 전력구입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전이 다시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 관계자는 “3월과 4월은 전력수요가 적은 시기로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에는 더 많은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한전이 누적으로 발행한 회사채는 지난 24일 기준 75조9902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원화 장기채가 69조3700억원, 원화 단기채는 1조7300억원, 외화 사채는 4조8902억원이다. 외화보다는 원화 회사채를 주로 발행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채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클 전망이다.

특히 한전의 회사채가 누적되면서 이자 부담 또한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채권 발행 등으로 발생한 이자만 1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하루에 이자로 지출하는 비용만 38억원이다. 올해는 이자가 2조9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금과 함께 이자 부담마저 커지면서 한전의 경영 상황이 부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한전의 '역마진' 구조도 지속되고 있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력구입단가는 ㎾h당 167.2원으로 판매단가인 ㎾h당 152.7원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전력도매가격(SMP)이 하락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이익을 남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4차례 당정협의와 민당정 간담회를 열었지만 여전히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전 기준 전력 구입비중이 전체 판매수입의 80%를 넘는 상황에서 자구안이 한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이대로 가다가는 한전의 이자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발전업계까지 영향을 미쳐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한국전력공사 회사채 발행 누적액(2023년 4월24일 기준)

자료: 한전

한전, 올 회사채 발행 10조원 육박…전기요금 결정 연기 '후폭풍'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