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글로벌 오더북을 (한국 시장에)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예정이며,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실명계좌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야 글로벌 유동성을 국내 시장에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지난 28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디지털혁신학술포럼'에서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코인의 시세 조종은 큰 리스크”라며 “유동성이 제한된 거래소는 작은 마켓메이커(MM)들의 가격 덤핑을 통해 시세 조종이 쉽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공급돼 풀이 커진다면 시세 조종이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코인의 시세 조종 문제를 막으려면 국가 간 코인 이동의 장벽을 낮추고 유동성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또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기반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바이낸스 측이 '외국기업의 실명계좌 발급'과 '글로벌 유동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고팍스의 인수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달 공개된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상품 '고파이' 운용사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고팍스는 고객의 가상자산 566억원어치를 충당부채로 설정한 상태다. 이로 인해 고팍스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20억원만큼 초과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낸스와 토큰 스왑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더불어 고팍스 최대 주주를 포함한 일부 기존 주주와 바이낸스 간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재 고팍스의 최대 주주는 바이낸스로 변경됐다. 고팍스는 대표 및 최대 주주 변경에 따라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제출한 상태이나, 현재 추가 보완 서류 검토 등을 이유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고팍스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전북은행의 의향이 변수로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최근 전북은행에 고팍스에 대한 위험평가를 재실시할 것을 요청했는데, 고팍스의 대주주가 바이낸스로 변경된 것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전북은행이 고팍스의 위험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어 놓는다면 신고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온 풍 대표는 “현재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는 글로벌 셰어링(오더북 공유)이 막혀있고, 원화 기반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실명계좌가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으로 인해 싱가포르 내 라이선스를 보유한 MM들도 한국에 와서 활동할 수가 없으며, MM들이 작은 시가총액 종목을 타깃으로 특정한 시세 조종을 만들어내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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