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빈방미 결산] 잇따른 세일즈 행보 속 첨단기술 협력 기반 구축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5박 7일간 미국 국빈방문에서 투자유치를 중심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 수준을 높이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기술 분야로 협력 기반을 넓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대해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다만 구체적 이행 방안은 나오지 않아 향후 정부 간 후속 논의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또 확장억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하지만 경제와 안보 부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등지는 행보를 보인 것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마지막까지 세일즈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마칠 때까지 '세일즈외교'와 함께 한미 양국 간 첨단과학기술 협력 증진에 주력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하버드대학 등이 몰려 있는 바이오 대표 클러스터인 보스턴에서 윤 대통령은 “핵심은 결국 머니플로우(혁신기술에 대한 자본투자)”라며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국과의 기술 협력, 관련 국내 제도 정비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바이오산업 권위자를 만나 보스턴 클러스터 성공의 경험 등을 청취한 뒤 “보스턴 클러스터의 핵심은 결국 머니플로우에 대한 신뢰, 성과물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라며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제조생산기술 역량이 결합된다면 양국 경제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약 1500만달러 이상의 미국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다.

◇첨단기술 협력 강화

이번 국빈방문은 경제외교를 통한 한미 간 '첨단기술 동맹의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프렌드 쇼어링을 통해 공급망 동맹을 강화한 것도 성과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첨단기술은 국가와 산업 경쟁력에 대한 핵심 원천이면서,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첨단기술 동맹은 이러한 전략자산을 양국이 함께 개발하고 활용하고 함께 지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천기술과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과 첨단 제조 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정부 간 또는 민간 간 공급망 협력도 심화했다고 부연했다.

최 수석은 IRA와 반도체과학법, 반도체수출통제 등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대해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약속한 바 있다. 또 양국 정부 간에는 반도체, 공급망,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양 정상 간의 확고한 인식 공유와 행정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이번에 확인했다”면서 “반도체법에 대한 일부 남은 쟁점도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번 국빈방문의 또 다른 성과는 한미 양국이 양자, 우주 등 게임체인저 기술의 공동 설계자임을 확인한 일이다.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 신설, 한미 우주협력 공동성명서 체결, 양자 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 체결, 미국 주도의 양자 과학기술 다자협의체 참여, 양국 간 이공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특별인력 교류 프로그램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군사안보 협력 강화 '워싱턴 선언' 채택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을 통해 군사안보 분야 협력도 강화했다. 특히 확장억제(핵우산)를 비롯해 한미동맹을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넓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며 “미국이 개별 국가에 확장억제를 약속하고 특히 문서로 대외에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워싱턴 선언에 따라 미국과 핵전력 운영에 대한 정보공유, 기획, 실행 등에서 대통령실과 외교·국방·정보 당국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핵잠수함과 핵전력을 탑재할 수 있는 전폭기 등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도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다.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육해공 국방의 안보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까지 확장되었음을 최초로 선언하는 상징적 계기도 마련했다. 상호방위조약(MDT)의 사이버공간 적용 논의를 개시할 것을 선언한 데 이어 에너지, 금융 등 주요 기반시설 해킹 및 가상자산 탈취와 같은 사이버위협에 강력한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실시간 정보공유시스템을 비롯해 위협정보의 수집과 분석, 공유 역량도 강화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협력문서 혜택은 사이버안보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다루는 산학연에 집중적인 투자를 비롯해 우리 사이버안보 관련 기업들의 효과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 中·러는 반발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국빈방문을 통해 '균형자론' '줄타기외교'가 아닌 확실한 '친미노선'을 선언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동맹을 복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미 양자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두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공동 리더십을 추구하는 단계로 동맹을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중국, 러시아 등과 등을 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이미 일부 우리 기업의 철수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외교는 회색지대인데, 윤 대통령은 흑백 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진영을 나누면 경제든 안보든 세계무대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스턴(미국)=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