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돈봉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특히 새로운 원내 사령탑에 오른 박광온 원내대표가 적절한 전략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송 전 대표의 주거지와 외곽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여의도 사무실, 경선 캠프 관계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3~5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이 송 대표의 당선을 위해 총 9400만원을 살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특히 검찰 측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전달을 승인하는 등 사건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중이다.
핵심 피의자인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지만 검찰은 이번에 손에 넣은 압수물을 바탕으로 분석을 마친 뒤 윤 의원과 이 의원, 송 전 대표 등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송 전 대표 측과 두 의원은 해당 의혹을 부인 중이다.
당초 '시간표'대로 진행하겠다던 검찰이 송 전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냄에 따라 민주당의 대응 전략 마련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원내 사령탑이 된 박 원내대표의 선택이 관심이다.
우선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는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원내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내 기구 설치를 통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당내 조사기구의 강제성이 없는 탓에 실제 수사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 경우 오히려 더 큰 역풍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을 향한 '탈당' 내지는 '출당' 여론 역시 부담이다.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으로 조금은 가라앉은 모양새지만 당내에서는 돈 봉투 의혹에 이름이 거론된 현직 의원 두 명에 대한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특히 이 여론이 힘을 얻을 경우 추후 청구될 가능성이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또 다른 체포영장에 대한 새로운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박 원내대표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친명(친 이재명)-비명계의 갈등과 대의원제 폐지를 둘러싼 당내 불화 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전략을 아직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쇄신 의원총회(의총)'을 통해 쇄신안을 마련해 국민들게 보고드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아직 공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새로운 원내 지도부가 제대로 구성되기 이전 압수수색을 통한 검찰의 압박이 한층 거세짐에 따라 박 원내대표의 원내지도부 인선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통합 방점을 두고 당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민주당의 상황에서 친명과 비명을 분류하는 건 유효하지 않다. 친명-비명 구도나 친문-비문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당에 도움도 안 된다”면서 “어쨌든 당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
최기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