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 '매터(Matter)'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은 표준 적용을 일찌감치 마쳤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업체의 인증을 기다리면서 타 플랫폼 사용자를 뺏어오기 위한 전략에 고심 중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 첫 매터 적용·확산 사업을 개시하며 대응을 시작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건설사까지 뭉쳐 매터 생태계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글로벌 매터 인증이 1000건을 돌파하며 급속도로 확산 중인데다 중국이 디바이스 표준 적용을 주도하며 플랫폼 지배력 강화까지 시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반기 매터 1.2 버전 출시와 함께 본격화되는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에 우리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6개월 만에 매터 인증 1000건 넘어
글로벌 표준화 단체 커넥티비티스탠더드얼라이언스(CS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매터 인증 건수는 106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매터 1.0 버전 발표 이후 6개월 만에 1000건을 돌파했다.
매터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 홈 IoT 통신 표준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등 글로벌 270여개 기업이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해 10월 첫 공개된 1.0버전에서는 온도조절기, 스마트 스위치, 스마트 조명, 가전(에어컨·TV), 모션 센서 등 8가지 유형 제품에 대한 표준 사양이 담겼다.
1년도 채 안됐지만 매터 열풍은 강력하다. 유사한 표준인 스레드, OCF 인증은 발표 6년이 넘었지만 수십건에 그쳤다. 매터(CSA)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또다른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단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는 아직 회원사가 13개 수준이다.
제품 유형별로는 스마트 조명 부문이 659건으로 전체 인증의 약 62%를 차지했다. 이어서 스마트 플러그 244건(23%), 운용체계·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SW) 부문이 53건(5%), 스마트 스위치 36건(3%)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조명과 스마트 플러그는 기존 홈 IoT 기기 중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만큼 인증 비중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중국 기업이 전체 인증 중 8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중국이 소형 IoT 기기 생산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신제품에 인증 적용을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 OS 등 SW 부문 인증을 받았다. 중소 디바이스 기업이 인증 받은 사례는 없다.
매터는 대부분 신제품에 적용됨에 따라 인증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2분기부터가 유력하다.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소비자가 플랫폼 종속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홈IoT 앱으로 매터 인증을 받은 제품을 자유롭게 연동·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 1.2버전 공개…고객 쟁탈전 점화
올해 10월경 CSA가 매터 1.2 버전 발표까지 예고해 본격적인 '매터 생태계' 확장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1.2 버전에는 소형 IoT기기뿐 아니라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스마트홈 사용자 수도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매터 개발을 주도했던 플랫폼 기업도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플랫폼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홈 IoT 앱과 TV, 태블릿 등 OS에 대한 매터 인증을 마쳤다. 서로 동등한 출발선에 선 만큼 매터 인증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장은 “매터는 역대 스마트홈 분야 인증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 매터 인증 IoT 디바이스가 출시되고 하반기 적용 대상까지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 경쟁도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