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5월 임시국회 들어 노동 관련 쟁점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해지면서 여야가 5월 임시국회에서 노동 입법을 두고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국 속에서 범야권이 5월 임시국회 내에 노란봉투법과 주4.5일제 등 노동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5월 임시국회를 1일 소집했다.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범야권은 제133주년 노동절이자 5월 임시 국회 첫날인 이날 노동 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내며 의지를 다졌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존중과 주4.5일제 등을 직접적으로 꺼냈다. 특히 박광온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동절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새로운 원내 지도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노동 존중'임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구조신호를 의미하는 메이데이(Mayday)와 노동절의 영어 표현인 메이데이(May Day)가 이름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세계 최장 수준인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과로사와 직장 내 괴롭힘, 불법 야근, 부당징계 등에 대해 노동법이 일터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실한 안전망과 과로사, 갑질, 낮은 임금 등으로 잔혹한 사회적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과 함께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제도의 내실화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노동시간이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 이제 주 4.5일제를 향해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상생·공정 정책 관련 추진 모임인 을지로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노란봉투법 신속 통과를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의당은 이날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공식화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다짐대회'에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법안이 회부된 지 60일이 넘어서도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법사위가 계속해서 심사를 거부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가 불가피하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그 조항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에 노란봉투법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을 통한 건강한 노동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야당이 엄포를 놓은 노란봉투법에 다시 한번 반대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특위를 출범시켜 노동 4대 분야 정책 대안과 입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정의당도 거대노조 눈치만 살피면서 노란봉투법 등 기득권을 지키는 법안은 철회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노동시장을 물려줄 수 있도록 야당도 힘을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의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도 “근로자 보호를 위해 시급한 과제가 노동개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낡은 노동 법제와 후진적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을 개혁해야 일자리 늘고 근로자의 권리가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고 이후 지난달 22일 '법사위 60일 이상 계류'라는 본회의 직회부 요건이 충족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가 표결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