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기기 업체 A사는 기존 납품업체 B사로부터 기술자료를 전달받아 동종업체 C사에 넘겨줬다.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기술자료를 모두 C사에 넘긴 뒤 A사는 거래선을 변경했고, B사와는 거래를 단절했다.
# 가정용 미니 튀김기 제조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회사 PC에서 튀김기 설계도면 가운데 핵심기술 도면을 본인 USB에 복사한 뒤 일주일 후 퇴사했다. 그리고 그는 동일한 튀김기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술을 보유한 회사 직원은 퇴사한 김씨 부탁을 받고 기술자료를 추가로 넘겨주고 그 대가로 영업이익 10%를 받았다.
수위탁 거래 관계 또는 하도급 관계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기술유출 사례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하 협력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기술침해로 인한 평균 피해금액은 12억8000만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기술침해 주된 피해 경로는 앞서 언급한 내부직원에 의한 유출이 68.4%, 제3자에 의한 유출이 21%를 차지한다. 악성코드를 통해 시스템을 파괴하고, 이를 변조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사이버침해 역시 약 10.5%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기술유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이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많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부처 별로 거래관계와 대상기술, 지식재산 등에 따라 기술보호 업무영역이 각기 달라 개별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중기부가 범부처 단위 중소기업 기술보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중기부는 기존 부처 내 기술보호 정책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술보호울타리'를 '기술보호 게이트웨이'로 개편할 계획이다. 기술보호 지원과 기술유출·탈취 등 피해구제를 위한 포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보호 수요 접점이 높은 중기부에서 전 부처 정보제공의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기술보호울타리는 기술보호 전담기관인 협력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메인화면은 부처별 지원사업과 기술유출·탈취 단계, 영업비밀·지식재산권 등을 분류해 지원사업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피해신고 메뉴도 전면에 배치해 경찰청 등에 즉시 신고 또는 조사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