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원전 수출, 러·중 장악…한미동맹으로 돌파해야"

2022년 세계에서 건설중인 수출 원전 현황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2022년 세계에서 건설중인 수출 원전 현황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미국 등의 원전 수출이 주춤하는 동안 세계 원전 시장을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원전 동맹을 강화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일 박상길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에 의뢰한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 같이 제언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는 단연 러시아다. 지난해 기준 13개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34기 중 러시아가 건설하는 비중은 23기로 전체의 약 68%를 차지했다.

러시아 원전 수출 경쟁력 핵심은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이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보수 등 신규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옵션을 '원스톱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중국은 3대 국영기업인 CNNC, CGN, SPIC를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한다. 중국은 거대한 국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 강력한 해외 진출 정책에 힘입어 자체 개발한 원전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에 수출했다.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시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독일 등 자유진영 주요 원전 강국들이 탈원전 정책 등으로 원전 수출 역량이 크게 훼손된 시기와 일치한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전경련은 미국도 러·중 원전 패권에 맞서 '범정부' 차원 원전 수출 전략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0년 '미국의 경쟁력 있는 원자력 우위 회복 전략'을 마련했다. 민간기업과 시장에만 맡겨놓았던 원전 산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의회도 올해 일련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범정부' 차원 원전 연료를 포함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동맹국과 원전 수출 협력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수출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경련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제3국 수출 공동추진, 원전 연료(HALEU) 공급망 공동구축 등을 제안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나라 에너지·건설 분야 기업과 미국 SMR 분야 혁신기업과 협력 물꼬는 트인 상황”이라면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SMR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