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자에게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형사처벌과 함께 제재를 강화한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3일 이같은 내용의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규모는 2018년 1조6500억원, 2019년 1조7200억원, 2020년 1조5800억원, 2021년 1조3500억원, 2022년 1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근로자는 2018년 35만명, 2019년 34만5000명, 2020년 29만5000명, 2021년 24만명, 2022년 24만명이다. 특히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이 전체의 30%이며, 체불액 규모로는 전체의 80%에 달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임금체불을 포함해 사업장의 불법·편법 관행을 손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형사 처벌과 명단 공개, 신용 제재 등 여러 수단이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형사처벌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며, 벌금 액수도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가 77.6%나 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정은 근로자 1명에게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거나 1년 동안 여러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임금을 체불하고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를 상습체불로 규정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체불액은 2022년 기준 전체 1조3500억원의 약 60%인 8000억원이며 사업장은 7600곳이다.
정부는 상습체불에 해당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신용 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추가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 자료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해 대출, 이자율 심사, 신용카드 발급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체불 청산을 위한 자금 융자도 확대한다. 융자 요건을 없애고 한도를 상향하며 상환 기한도 연장할 예정이다. 상습체불 사업주가 돈을 빌려서라도 체불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제재를 면제한다.
고용부는 공짜 야근과 임금체불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근로감독도 강화한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체포, 구속 등 강제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대국민 노동행정 서비스인 '노동포털'을 정식 오픈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진정서를 제출한 뒤 처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용부는 사업주가 근로자별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근로 시간과 임금, 각종 수당 등이 자동 계산될 수 있도록 임금명세서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 체불은 근로자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데 임금 체불액은 한국이 18배 정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 체불은 마약과 같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임금 체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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