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다음’(Daum)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 운영키로 한 카카오가 궁극적으로 분사 또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다음카카오’였던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면서 ‘다음’을 떼어낸 지 약 8년 만에 다시 포털 사업을 본진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4일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다음사업부문을 CIC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는 15일 포털 다음을 담당하는 CIC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CIC는 기업 내부에 사내 벤처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다. 형식상은 분사가 아닌 사내 조직 형태로 존재한다. 다음 CIC 대표는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카카오는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다음사업부문을 CIC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음 CIC는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분사나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가 또 다시 다음을 분리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영향력도 미미하고 돈도 안되는 사업’인데다 ‘정치적 부담까지 안고 갈 수 없다’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네이버와 구글 등에 밀려 점점 미약해지는 영향력과 매출 감소는 다음 포털의 사업 방식 변화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NHN데이터의 데이터 아카이브 ‘다이티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이었다. 그간 네이버가 포털을 통한 검색 사업에 주력했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각종 사업에 집중해오면서 양대 플랫폼은 서로 다른 위치에 이르렀다.
게다가 다음은 오랫동안 뉴스 노출 알고리즘이나 관련 댓글 등 관련해 좌편향 논란 등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우파 정권이 집권한 지금 포털 다음 서비스 운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털 뉴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언론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부분도 무시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난 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일부 사업은 정리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것은 결국 ‘다음’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는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다음 매각 전망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