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방미 일정의 방점은 ‘바이오’였다. 회동을 가진 인사들 면면을 보면 모두 현재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리더들이다. 삼성이 바이오 분야를 제2 반도체 신화로 육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져가야 할 파트너십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미국에서 존슨앤존슨(J&J), BMS,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 바이오젠, 오가논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창립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J&J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글로벌 탑티어 바이오 제약사로, 삼성의 주요 고객이다. BMS는 2013년 삼성에 의약품 생산 첫 발주를 한 곳이다. 삼성 바이오 사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준 곳이다.
플래그십의 누바 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로 삼성과 mRNA백신 생산계약을 통해 국내 코로나 위기 극복에 함께 기여했던 인물이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던 인연이 있다. 지난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모두 삼성에 매각했지만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럽지역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생산 기술과 R&D 역량은 물론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이 중요한 곳이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기존 리더 기업들과의 신뢰 구축이 필수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제약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11년), 삼성바이오에피스(2012년)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이후 10여년 만에 글로벌 1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한 배경에도 이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 관계가 힘이 됐다.
최근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 바이오 사업 신성장 동력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제4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해 추가로 공장을 건설하고, 생산 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시판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삼성 바이오를 책임지는 쌍두마차의 본격적인 생산능력과 시장 확대 태세에 돌입한 셈이다. 비교적 짧은 사업기간에도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삼성이 이번 이 회장의 미국 행보로 양적 확대의 전환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은 지속적인 투자 및 생산 기술·역량 고도화, R&D 역량 내재화를 통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