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란 단어에는 환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뒤덮인 뿌연 하늘은 가끔 보이는 푸른 하늘마저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미세먼지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2019년 기준 OECD 국가 평균(13.9㎍/㎡)의 2배 이상(27.4㎍/㎡) 높으며, 오염도가 가장 낮은 핀란드(5.6㎍/㎡)에 비하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미세먼지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눌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사람 머리카락 지름보다 약 20분의 1~3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아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속까지 스며든다. 미세먼지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때 염증반응이 나타나며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암 역시 미세먼지에 의해 발병하는 주요한 질병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22% 증가한다. 또 미국암연구협회(AACR) 발표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노출된 소아암 환자 중 림프종과 림프구 백혈병, 간암 진단을 받은 후 5년 및 10년 사이에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암 환자 대부분은 전이로 인해 사망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은 암 발병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이동 능력을 증가시켜 암의 전이를 유발한다. 미세먼지에 의한 암 전이 메커니즘은 여러 경로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암세포가 전이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동성이 용이한 형태로 변하게 되는데 이때 유전자적 변화가 수반된다. 미세먼지가 암세포와 직접 상호작용하면 암세포 이동성 관련 유전자들 발현 변화가 생기고 전이가 증가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간접적으로 면역세포와 반응해 간접적으로도 암세포 이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폐로 흡입된 미세먼지는 폐 대식세포와 반응해 대식세포 내 미세먼지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AhR이라는 이 수용체는 미세먼지에 포함된 방향족 탄화수소에 반응해 세포 성장인자 HBEGF의 발현과 분비를 촉진한다. 분비된 HBEGF는 암세포의 수용체를 자극해 암세포 내 이동성 관련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다.
미세먼지로 유도되는 암의 전이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암 생성과 성장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미세먼지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의한 세포 변화 자체가 점진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미세먼지 위해성에 대한 인식은 개인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암 발생과 전이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상기해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마스크 착용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이에 더해 개인 예방에서 나아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미세먼지 배출 저감 및 관리 시책에 협조해 국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길 기대한다.
박영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책임연구원 pyj71@kribb.re.kr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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