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에 본격 착수했다. 서산 공장은 SK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모태이자 글로벌 성장의 전초기지로, 현대자동차 공급 확대를 염두에 두고 증설 투자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현대와 SK의 전략적 협력이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서산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5기가와트시(GWh)에서 10GWh로 2배 확장하는 설비 증설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서산 2공장동에 위치한 4,5,6,7호 생산라인 개조와 3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2공장 라인에 들어갈 장비를 선정, 조만간 정식 발주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4~7호 4개 라인 중 4, 5라인은 기존 장비를 신규 장비로 교체하고 6, 7라인은 기존 장비 중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비를 부분 교체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장비 공급사로 전극공정은 피엔티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극공정은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을 알루미늄과 구리 호일 위에 바르고 압착한 후 자르는 작업이다.
조립공정 중 탭을 용접하기 위한 부분만 남기고 잘라내는 노칭 공정과 양극과 음극을 쌓는 스태킹 공정은 유일에너테크와 우원기술이 유력하다.
배터리 양·음극에 알루미늄과 구리 탭을 붙이는 탭웰딩, 파우치 안에 젤리롤 형태 전지를 삽입하고 전해액을 주입해 밀봉파는 패키징 공정은 하나기술이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화성공정 중 배터리 셀 내부 가스를 외부로 방출하는 디개싱과 충·방전을 반복해 활성화하는 충방전 공정은 엔에스와 원익피앤이가, 이노메트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기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배터리 생산라인에 CT 검사기를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SK온은 2공장 개선과 함께 3공장도 새로 만든다. 3공장에 들어갈 설비들은 조만간 입찰을 시작해 하반기 발주될 예정이다.
2공장 개선 및 3공장 신설로 SK온 서산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10GWh로 늘어난다. 통상 1GWh 당 1000억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서산 증설에는 총 5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산 공장 증설에 관심이 쏠리는 건 SK온의 유일한 국내 배터리 공장이자 현대차와의 협력 때문이다. SK온은 2012년 9월 양산을 시작한 이래 2018년 증설 이후 설비 투자는 중국, 헝가리, 미국 등 해외 공장 위주로 진행됐다. 약 5년만인 국내 배터리 공장 투자인 데다, 현대차 주문에 따른 증설로 알려져 양사의 협력이 깊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울산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SK온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SK온은 아이오닉5, EV6, GV60, GV70 등 현대차그룹 주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미국에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짓기로 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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