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가상인간(버추얼 휴먼)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에 맞춘 가상인간을 제작해 제품 모델은 물론 홈쇼핑, 라이브커머스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흥미 유발은 물론 비용 절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SSG닷컴은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쓱티비의 공식 쇼호스트로 가상인간 ‘와이티’를 발탁했다고 9일 밝혔다. 이달 섬유유연제 다우니 영상을 시작으로 상품 체험기, 라이브커머스 등 콘텐츠에 출연할 예정이다.
와이티는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과 손잡고 제작한 Z세대 여성 콘셉트 가상인간이다. 지난해 SSG랜더스 야구 경기 시구, 서울시 청년홍보대사 위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두 달여간 테스트 방송을 통해 쇼호스트 와이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3월 공개한 스와로브스키 영상은 3만뷰가 넘는 누적 뷰를 기록했다. 같은 달 출연한 SK-II 콘텐츠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2억원에 달한다. 기성 쇼호스트 콘텐츠 대비 평균 30%가량 높은 수치다. SSG닷컴은 와이티를 앞세워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가상인간 루시도 올해부터 정식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롯데홈쇼핑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엘라이브’ 방송에서 매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는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 가방·카드케이스를 25분 만에 완판시키기도 했다. 13만명이 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를 기반으로 광고·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LF가 선보인 가상인간 패션 모델 ‘나온’은 이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나온은 던스트(DUNST) 등 국내 패션 브랜드 4곳과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뷰티 브랜드 어뮤즈는 네이버 손자회사 슈퍼랩스와 손잡고 가상인간 ‘아마라’를 공개했다. 오는 11일부터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아마라를 중심으로 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가상인간 마케팅은 MZ세대 공략을 위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 호기심을 자극해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가상인간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형성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역할로도 활용된다. 기성 연예인·인플루언서를 기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휴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는 가상인간 시장이 오는 2030년에 약 70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상인간은 소비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인간이 소화하기 어려운 시공간 제약을 해소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져 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