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이 경제에 활기를 줄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정작 수출기업들은 대중국 수출회복이 더딜 것으로 우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중 무역적자가 7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부진의 흐름이 올해 안에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기술자립도 향상으로 인해 국산 제품 경쟁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일 발표한 ‘대중 수출 부진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대중 수출기업의 절반(50.7%)은 ‘올해 들어 대중수출의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체감 못한다(체감 못함 15.7%, 체감 전혀 못함 2.3%)’는 답변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통’ 답변은 31.3%다.
조사는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국 시장이 리오프닝했지만 국내기업에 대한 제재는 여전한 상황에서 실제 산업 현장의 체감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수출 회복 시점에도 부정적인 답이 많았다. 가장 많은 기업(40%)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야 회복 가능’(27.3%),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향상에 따라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17%), ‘중국 리오프닝 효과 가시화로 금년 안에 회복 가능’(15.7%) 순으로 답했다. 올해 안에 대중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기업이 전체의 84.3%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대중 수출 부진은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기업들의 보유 재고량 증대 등 단기적 요인과 함께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가격 상승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만을 바라기보다는 최근 10년간 보여 온 대중 수출의 정체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은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에 위협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술경쟁력 격차 질의에 ‘비슷한 수준’(36.6%)이거나 ‘뒤처진다’(3.7%)고 답한 기업이 40.3%에 달했다. 중국보다 앞선다는 응답 가운데도 ‘3년 이내’(38.7%)라는 응답이 ‘5년 이내’(15%)와 ‘5년 이상’(6%)을 합한 응답(21%)보다 많았다. 중국과의 기술경쟁력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3년 뿐이라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중국의 기술성장 속도 예상에 대해서도 ‘중국의 성장속도가 한국을 능가하거나(41.3%) 비슷할 것(35%)’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성장속도가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답변은 23.7%에 그쳤다.
중국의 일명 애국소비(궈차오) 열풍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궈차오 열풍에 한국 제품 선호도 감소를 체감하는지에 대해 응답기업 3곳 중 1곳은 ‘그렇다’(매우 그렇다 7.7%, 그렇다 25%)고 답했다. ‘체감 못한다’(체감 못함 28%, 체감 전혀 못함 3%)는 답변은 31%, ‘보통’이라는 답변은 36.3%로 집계됐다.
중국 대체 수출시장으로는 ‘아세안’(37.3%), ‘인도’(31.7%), ‘미국’(12.7%), ‘중동’(9%) 등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美中 갈등 심화와 코로나 봉쇄 경험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의 중국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 제고도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품목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무역흑자 전환 단기정책과 더불어 주력제조업 고도화, 첨단산업분야 기술투자 위험분담 등 수출과 산업경쟁력 전반을 쇄신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