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국가대표 출신 유망주가 KLPGA투어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방신실과 김민별 등 국대출신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무대에 김혜승(20·NH투자증권)이 첫 선을 보인다. 메인스폰서인 NH투자증권이 개최하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추천 선수 신분으로 출전, KLPGA투어 무대에 나서는 김혜승 선수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올 시즌 KLPGA투어는 신예들의 활약이 눈에띈다. 김민별, 황유민, 방신실 등 국가대표 출신 신인들이 좋은 경기력을 뽐내며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랜 친구, 국가대표 동료였던 이들의 활약을 TV로 지켜봐야했던 김혜승도 이번 주 KLPGA투어 대회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무대다.
김혜승은 올 시즌 루키인 황유민, 김민별, 방신실, 김민선7, 이지현7과 같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하지만 지난해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내며 정규투어 입성에 실패했다.
대전 여자 방송통신고를 나온 김혜승은 아마추어 시절 같은 학교 출신인 조아연, 권서연, 홍정민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에 뽑히며 앞날이 유망한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된 뒤 슬럼프가 찾아왔다. 스윙 리듬을 빠르게 하려고 스윙을 교정한 게 오히려 독이됐다.
똑바로 날아가던 드라이버 샷이 좌, 우측으로 터지기 시작했고 자신 있던 드라이버가 무너지자 아이언, 퍼터 할 것 없이 흔들리며 입스에 가까운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당연히 성적도 좋을리 없었다. 시합을 나가면 18홀 내내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했고 경기 후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 매일 울기를 반복했다.
국가대표 시절 1년을 힘겹게 보낸 김혜승은 지난해 6월 KLPGA에 입회하며 프로선수가 됐다.
하지만 국가대표 출신인 김민선7이 드림투어를 통해 2023년 정규투어 시드권을 획득하고 김민별(1위), 이지현7(5위), 황유민(6위), 방신실(40위)이 시드순위전을 통해 정규투어에 진출 할 때도 김혜승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이들의 정규투어 진출을 축하해줄 뿐 함께 하지 못했다.
김혜승은 당시를 회상하며 “완전 참담했다. 같이 대표했던 친구들은 다 올라갔는데 저 자리에같이 있어야 하는데...”라며 말한 뒤 “그래도 그렇게 무너졌던 1년 동안 정회원까지는 따 놓았으니 전지훈련과 1년 열심히 해서 단단하게 해서 올라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김혜승은 무너진 샷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동계훈련을 통해 샷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퍼터를 잡으면 긴장되고 떨림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김혜승에게 지난 3월 시즌 개막전에 열린 이벤트 대회인 구단 대항전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같은 팀원인 박민지, 이가영, 정윤지 등 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서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많은 갤러리 속에서 처음 경기를 해봤다는 김혜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박민지가 특히 인상에 남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혜승은 올해 유력한 신인상 후보인 황유민과 절친이다.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연습라운드도 같이 다녔고 가족과도 가깝게 지낸다.
김혜승은 프로 전향 후 황유민과 같은 코치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사는 곳인 청주에서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남서울 연습장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깝지 않은 거리이기에 늦게 연습이 끝나면 연습장에서 가까운 의왕시의 황유민의 집에서 자고 갈 정도로 두 선수는 절친이다.
지난 2021년 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한 황유민을 위해 김혜승은 캐디를 자처했다.
김혜승은 “프로 전향을 앞둔 시기라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김혜승의 아버지 또한 2021년 겨울 코로나19로 단체로 해외 동계전지훈련을 못 나가게 되자 직장 생활을 하는 황유민의 부모를 대신해 미국으로 전지훈련지까지 따라가 하루 세끼를 손수 밥을 지어 먹이며 훈련 챙기기도 했다.
김혜승의 아버지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현재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딸의 골프를 위해 골프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KLPGA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with SBS Golf’에서는 캐디를 구하지 못했다는 황유민의 연락을 받고는 하루 전날 베트남까지 날아가 캐디백을 메기도했다.
이런 두 선수는 서로에 대해 김혜승은 “(황)유민이는 배울게 너무 많은 멘토 같은 친구다.”라고 말하고 황유민은 “(김)혜승이는 쌍둥이 같은 친구”라고 표현 할 정도다.
12일 개막하는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김혜승은 추천선수로 정규투어 데뷔전에 나선다.
그동안 대표 출신 신인들의 활약을 TV로만 지켜보던 김혜승은 “저 무대에서 얼른 같이 뛰고 싶고 잘하고 싶지만 나만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둔 김혜승은 “전체적인 샷 감이 많이 좋아졌다. 100미터 이내의 웨지 샷 연습을 많이 했고 파 세이브 능력을 키우기 위해 쇼트게임 준비를 많이 했고 퍼트 연습도 많이 했다”고 말한 뒤 “기대해볼 만 한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속도 보다는 방향이다. 이제 프로무대에 도전하는 젊은 피에겐 더욱 그렇다. 좌절역시 경험이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김혜승이 프로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글·사진 = 골프채널 윤현준 기자)
정원일 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