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경택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김양환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박사팀과 공동으로 액체막에 고출력 레이저를 집속해 극자외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극자외선을 활용한 이미징 기술 등 산업 현장에서 이용할 강력한 극자외선 광원도 개발 가능할 전망이다.
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4나노미터(㎚)에 해당하는 짧은 파장의 빛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거나 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질을 관측하는 이미징 등 정밀한 작업에 활용한다. 레이저와 플라즈마 상호작용이나 극자외선 이미징 등을 연구하려면 단위 시간당 많은 수의 극자외선 펄스가 필요하다. 높은 반복률로 생성하는 극자외선 광원 개발이 필수적인 실정이다.
극자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체처럼 밀도가 높은 목표물에 고출력 레이저를 집속하고 이온화 과정을 통해 생성한 전자를 빛에 근접한 속도로 가속시켜야 한다. 기존에 활용한 고체는 레이저빔이 한 번만 집속돼도 파괴되기 때문에 높은 반복률의 극자외선을 만들기 어려웠다.
김 교수팀은 액체가 흘러내릴 때 속도와 점도 등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 모양이 변하지 않은 상태로 액체가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압으로 액체를 내뿜는 두 개의 제트를 충돌시켜서 빠르게 흘러내리면서도 모양을 유지하는 얇은 액체막을 만든 뒤 이 액체막에 초고출력 레이저를 집속해 극자외선을 생성했다.
액체막도 레이저빔이 닿으면 평평한 모양이 손상되지만 액체막은 빠르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다음 레이저 빔이 닿기 전에 깨끗한 액체막이 자연스럽게 재생된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1킬로헤르츠(㎑, 1초 동안 1000번의 파동)의 높은 반복률로 레이저를 집속해 극자외선을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액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높은 반복률의 극자외선 광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불가능했던 플라즈마 동역학 측정 및 상대론 영역에서 발생하는 극자외선 파동 모양 등의 측정도 가능해졌다.
김경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액체막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최초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초고속 레이저-플라즈마 상호작용 연구와 같은 기초연구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상대론 영역의 레이저-물질 상호작용 연구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