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상륙은 기대 이상의 ‘초반 흥행몰이’라는 의견이다. 서비스 개시 첫날에만 카드 등록 100만 건, 출시 3주 차엔 200만 건을 돌파했다. 애플페이를 독점 공급한 현대카드는 3월 신규회원 수가 20만3000명으로 2월 대비 2배 급증했고, 현재 120여 개 브랜드가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를 도입, 수요급증으로 품귀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약진할 수 있을까 여부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강세 지속’을 예측하는 의견은 애플페이가 국내 카드 및 간편결제 판을 흔들어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애플의 글로벌 브랜드 효과, 비접촉 NFC 방식의 간편함,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등으로 이어지는 애플의 강력한 생태계 지원 등을 이유로 꼽는다.
이에 대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돌풍이 꺾일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2022년 기준 22%로 삼성전자의 71% 대비 훨씬 낮은 데다, NFC 단말기 보급률도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선뜻 손 내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애플페이가 사용에 따른 수수료(결제액의 0.1~0.15%)와 NFC 단말기 비용부담을 요구하고 있고 애플과의 제휴로 자칫 기존 서비스 이용고객의 이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애플페이의 점유율 전망은 쉽지 않다. 애플페이의 강점이 많지만, 비용부담이란 제약요인 이외에도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시장의 진출’이라는 점, 해외 대기업 특히 요즘 말 많은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쟁사들의 대응전략도 변수다. 애플페이 출시에 맞춰 이미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협업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애플페이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간편결제 시장의 ‘새판짜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우리나라 결제시장에 미칠 기대효과와 방향성은 명확하다는 생각이다.첫째, NFC와 같은 비접촉 결제방식의 확대·보편화 효과다. NFC 방식이 미국·유럽 등에서 통용되는 대표적 국제표준이라고 보면, 애플페이 한국 상륙을 계기로 시간이 갈수록 NFC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업계와 PG사, VAN사 등 가맹점 접점에 있는 사업자의 NFC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둘째, 결제 관련 기술 및 인프라 개발 경쟁 촉진효과다. 애플페이는 간편결제뿐 아니라 애플캐시, 익스프레스 교통카드, 온라인 결제, 메시지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하고 사용자 인증을 통해 맥북, iPad, 애플워치 등 개인 디바이스에 토큰을 저장할 수도 있다. 이는 현재 서비스 제공이 개별적이며, 서비스 연결과 융합서비스 제공이 미미한 국내 금융업계에 강력한 자극과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애플페이는 뭐니뭐니 해도 플라스틱카드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은 간편결제 가속화를 앞당기는 방아쇠 역할을 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표준의 국내 진입을 계기로 카드 및 간편결제업계의 글로벌화와 해외 진출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 카드 및 간편결제업계의 파이팅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