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HEV) 배터리를 자체 개발한 이유는 친환경 자동차 업체로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하이브리드차에 국내 업체가 개발한 배터리만 탑재하려다 자체 개발로 계획을 수정했다. 배터리 완제품을 내재화, 전기차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전주기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목적이다.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친환경 자동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계기로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선두 업체들과 HEV 시장 경쟁에 나선다.
◇공급망 강화하고 시장 경쟁력 높인다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업체로서 HEV 배터리를 자체 개발한 것은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일본 업체가 앞서가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HEV 판매 실적은 약 30만대다. 토요타, 혼다에 이어 HEV 시장 순위 3위다. 토요타와 혼다가 그동안 HEV 시장에 집중했다면 현대차·기아는 HEV보다 전기차(EV) 시장에 집중하면서 친환경 전동화 시장에 대응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일본의 텃밭인 HEV시장에서는 밀리는 모습이었다.
최근 EV 수요가 커지면서 HEV용 배터리 수급도 이슈로 떠올랐다. 배터리업계가 HEV보다 EV용 생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완성차업체는 파나소닉, 지에스유아사 등 자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해 HEV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 성공
현대차그룹의 HEV 배터리 개발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오랜 숙제와 같았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뿐 아니라 삼성SDI와 손잡고 차세대 HEV 배터리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HEV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에서 배터리를 개발했다. 2020년부터 HEV 배터리 개발을 시작, 지난해 HEV 배터리 생산 라인 구축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왕연구소는 전고체 배터리 등 선행 개발 연구로 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세웠다.
현대차·기아는 토요타, 혼다 대비 하이브리드 후발 주자지만 배터리 제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뿐 아니라 PHEV, EV 등 배터리 개발을 위한 발판도 마련한 셈이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은 일본 파나소닉, 지에스유아사에서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제공받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토요타, 혼다 추격만 남은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배터리 분야에서 파우치 배터리로 경쟁력을 이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배터리는 10암페어(Ah)급 배터리로 알려졌다. 대당 100개 배터리가 들어간다. 현대차는 니켈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배터리로 제조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
◇배터리 생태계 확장에 기여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외 제3의 배터리 업체 확보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존 배터리 협력사뿐 아니라 신규 협력사를 발굴할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은 설계, 개발뿐 아니라 생산 경쟁력 뒷받침이 중요하다. 설계가 가능해도 공정이 준비되지 않으면 제품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상호 연계가 필수다. 국내는 배터리 대기업을 제외하면 실제 생산 부문은 열악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지원해 추가 협력사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실제 생산하면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도 10년간 연구개발 끝에 개발에 성공하고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LG, 삼성, SK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본격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배터리 개발 인력과 투자 확대로 배터리 생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분류되는데 현대차그룹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면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