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뷰]‘AI 주권’ 풍전등화인데 국내 플랫폼 기업 규제법 제정?

‘챗GPT’의 오픈AI와 한글로 무장한 ‘바드’의 구글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진격하는 가운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토종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법 제정에 집중하고 있다. 급변하는 플랫폼 산업의 육성보다 소모적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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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실효성 문제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제정이 정치권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발의된 관련 법안이 10개 이상 계류 중인 상황에서 최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법안이 추가 발의, 총 15개까지 늘었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가짜뉴스 유통’ 등 책임을 추궁하며 ‘플랫폼 갑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포털 광고수익 제출 의무화’ 등을 담은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플랫폼 자율규제’를 내세운 만큼 일단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자율규제가 시행되기도 전부터 ‘강제규제’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플랫폼 정책이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치권만 낡은 규제에 몰입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구글 등에 대항하며 ‘포털 주권’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는데, 힘겨운 싸움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도리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검색뿐 아니라 쇼핑과 메신저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의 주도권을 재편해 휩쓸어 갈 수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등장한 상황이라 더 다급한 실정이다. 구글은 AI 챗봇 바드를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글 서비스를 준비해 우리나라를 정조준했다. 국내 포털 시장에서 토종 기업을 넘어서지 못한 한을 생성형 AI로 재편될 미래에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정환 부경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법 추진은 포털이나 오픈마켓, 메신저 등 자국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편익이고 우리 경제에 무기인 것인지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규제를 논의할게 아니라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해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