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 가격을 글로벌 주요국 대비 최대 200만원 이상 낮췄다. 삼성전자의 OLED TV 신제품 출시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초프리미엄 TV 수요 둔화 속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춘 전사 차원의 현지 공략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최근 출시한 OLED TV ‘S95Z(글로벌 모델명: S95C)’ 77형 제품을 29999위안(약 57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65형 제품은 300만원(382만원)대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적용 중이다.
S95C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올해 3월 출시한 OLED TV 신제품이다. 국내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 등 글로벌 전역 순차 출시 중이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말 나왔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판매 중인 OLED TV 신제품 가운데 주력 제품인 77형의 국내 기준가는 799만원이다. 국내에서도 회원 할인 등을 받을 경우 약 700만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이와 비교해도 중국 시장에서는 130만원가량 저렴하다.
해당 모델은 유럽에서는 720만~760만원에 판매 중이며, 호주에서도 구매가는 716만원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763만원에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가장 공격적으로 접근했던 미국(599만원)과 비교해도 약 20만원 저렴하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초저가 전략을 꺼내 든 것은 초기 OLED TV 시장 선점과 함께 부진 탈출을 위한 파격적인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TV 시장에서 OLED 제품 비중은 지난해 출하량 기준 0.6%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 평균(약 3%)에 크게 못 미친다. 이 시장마저도 스카이워스, 샤오미, 하이센스 등 자국 업체가 시장 점유율 절반(46.5%)가량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북미, 유럽, 남미 등 주요국의 TV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서 막강한 내수 수요를 갖춘 중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 아래 자국 TV·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는 데다 경제성장에 따른 프리미엄 제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열린 중국 최대 가전전시회 ‘AWE 2023’에서 89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첫 출시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차세대 TV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에 출시, 초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꺼낸 OLED TV까지 가세하면서 고전하던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사 차원의 중국 사업 강화도 TV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초 중국사업혁신팀과 중국전략협력실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중국사업혁신팀은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해 2021년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신설한 조직이다. 지난해 중국법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나 급감하는 등 부진에 따른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막강한 내수와 시장 잠재력에도 자국 업체가 시장을 주도해 공략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마이크로 LED 신제품과 함께 OLED TV도 공격적인 전략을 취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