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짐이 가득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본 적 있으신가요. 이럴 땐 지갑 속 교통카드를 꺼내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짐을 두고 카드를 태그하는데요. 이럴 땐, 대중교통에도 하이패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봅니다.
하이패스는 주행 중인 차량이 멈추지 않고 무선통신만으로 통행료를 처리하는 자동 전자요금징수시스템입니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처음 등장해, 2007년 말에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됐습니다. 하이패스는 딱 3가지만 준비하면 됩니다. 바로 전자카드와 차량단말기, 톨게이트 안테나가 있어야 해요.
하이패스 단말기와 톨게이트 안테나는 무선통신 중 근거리전용통신(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 DSRC)으로 정보를 교환해요. 우선 톨게이트 안테나가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을 인지해 차량에 장착된 단말기에 결제 요청 정보를 전송합니다. 신호를 받은 단말기는 카드 결제 정보를 읽어 톨게이트 안테나로 전송하죠. 결제가 완료되면 정보를 역순(안테나→ 단말기→ 카드)으로 전송합니다. 덕분에 창문을 내리지 않고도 통행료 결제가 가능하죠.
대중교통도 하이패스처럼 그냥 ‘통과’…태그리스란?
사실 대중교통에서도 이미 하이패스와 같은 비접촉식 결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월, 경기도는 김포를 시작으로 광역 버스 1789대에 태그리스(Tagless)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이후 올해 3월, 경기도는 2669대의 모든 광역 버스에 태그리스 시스템을 확대 적용했는데요.
태그리스는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나 휴대전화를 태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승하차 처리가 되는 비접촉식 결제 서비스입니다. 전용 앱인 ‘태그리스 페이(Tagless Pay)’를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사용하면 돼요. 앱에서 교통카드를 등록하고, 태그리스 기능이 켜둔 상태로 버스에 탑승하면 됩니다.
단, 반드시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능이 켜놔야 합니다. 태그리스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신호와 차량 내 설치된 비콘(Beacon) 신호 간의 통신으로 결제를 처리하기 때문이에요.
태그리스 사용 승객이 버스에 승차하면 “태그리스입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요금이 결제됩니다. 또 앱에서 하차 벨도 누를 수 있어 상당히 편리해요. 대개 광역 버스는 좌석이 빽빽하게 붙어있어, 만석일 때 이동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시내버스보다 하차 벨도 드문드문 있어서 누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앱에서 하차벨을 누를 수 있는 건 큰 장점입니다.
경기도 말고 서울, 인천, 부산은 이용할 수 없나…태그리스 보급 현황
경기도 광역 버스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곳곳을 다닙니다. 그래서 수도권에 거주 중이라면 한 번쯤 태그리스 버스를 봤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경기도 광역 버스 외에 다른 지역 대중교통에는 태그리스 시스템이 얼마나 적용되고 있을까요.
서울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우이-신설 경전철 삼양사거리역과 북한산우이역에서 태그리스 개찰구를 시범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티머니 페이 앱을 사용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서울 버스에 도입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인데요. 다만, 최근 지디넷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개찰구를 태그리스 개찰구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머지않아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꺼내지 않고도 서울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지난해 7월, 인천 2호선 주안역에서도 태그리스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천교통공사는 1년 동안 해당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전 역사에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요. 주안역 태그리스 시스템 역시 우이-신설 경전철과 마찬가지로 티머니페이 앱을 설치해서 사용해야 해요. 비슷한 시기 대구도시철도공사도 1호선 상인역과 교대역에 태그리스 개찰구 2개소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식 오류, 미지원 노선 많다는 한계 있지만…긍정적인 측면도 많아
태그리스는 아직 초기 기술인 만큼, 안정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가장 많은 노선이 운행 중인 경기도 광역 버스를 중심으로 인식 오류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승객들은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 태그리스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또 아이폰의 경우, 국내에서 지원되지 않는 독자적인 NFC 결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스티커형 교통카드를 부착해야 한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현재 태그리스가 모든 대중교통에 상용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되지 않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환승하려면 태그를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일각에선 구매한 아이폰용 스티커형 교통카드가 인식이 안 되는 불량 제품이라는 후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측면은 서비스 개발사와 함께 기술 오류 부분을 보완해나가면 됩니다. 실제로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도입 초기보다는 최근 오류에 관한 민원이 감소했다며 개발사와 꾸준한 소통과 오류 보완을 약속했어요.
태그리스는 확대됐을 때 긍정적인 점이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이나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교통약자도 어렵지 않게 대중교통에 탑승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요.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요금 결제 단말기의 위치가 버스마다 달라 불편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태그리스가 있다면 훨씬 더 편리한 탑승이 가능할 거예요. 이외에도 짐이 많아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승객도 더욱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합니다.
버스비를 대신했던 토큰부터, 종이 승차권, 티머니 교통카드의 등장까지. 지금은 NFC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교통카드를 대체하는 시대죠. 이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도 꺼낼 필요 없이 지하철 개찰구를 하이패스처럼 지나가는 ‘태그리스’의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