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 규제, 미국을 보라

미국에서 플랫폼 관련 규제법안들이 대거 폐기됐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 등 규제법안 6개 중 5개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법안이 폐기된 배경이 주목된다. 법안의 규제대상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며, 기존 경쟁법과 별도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추가 규제가 필요한 지 여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점, 또 플랫폼에 대한 강한 규제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 미래 산업 동력을 꺾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미국이 결국 자국 내 소비자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입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점은 다른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벌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고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본법’ 등 플랫폼 관련 법안 15건 이상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콘텐츠 및 전자상거래 모니터링 책임 강화, 알고리즘 심의 등 각종 플랫폼 대상 규제안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 형평성 문제는 차치해도 과잉 탁상 규제가 많다.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을 특별법을 제정해 손보려는 식이다. 오죽하면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플랫폼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른 산업임을 고려할 때 정부의 경직된 규제로는 대응이 어렵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가 더 현실적인 이유다. 더구나 지금은 기존 포털을 넘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미래 디지털 시장을 장악하려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이 시작된 시점이다. 지원은 못할 망정 발목만 잡는 것은 미래 세대에 죄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