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용 기간의 절반이나 경과한 15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효과엔 물음표가 붙는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가 인상 폭에는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속에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지연돼 공기업 경영 부담은 계속되고, 국민들의 불편도 가중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이날 발표한 인상분을 4인가구 한 달 전력사용량(332kWh)에 반영하면 올해 초 대비 월 전기요금은 약 3000원 가량 늘어난다. 가스요금은 4인 가구 한 달 가스 사용량(3861MJ) 기준, 월 4400원이 오른다. 인상된 요금은 16일부터 사용하는 전력, 가스요금에 바로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3월 31일 당정협의를 통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발표를 잠정 보류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인상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여론을 이유로 한 달 넘게 결정을 미뤄왔다. 한전·가스공사 경영 정상화와 물가 상승 억제라는 요인이 충돌했다. 한전·가스공사의 영업손실, 미수금이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인상 폭 최소화에 방점을 찍은 배경이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공기업 경영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21년부터 2년간 38조5000억원, 지난 1분기에 6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말 8조6000억원에서 1분기에는 3조원이 증가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적어도 올해 kWh당 50원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산업부가 수립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료 인상요인은 kWh당 51.6원으로 산정됐다. 인상요인 51.6원을 상반기부터 일찍 반영해야 한전이 1조9000억원의 영업익익을 올려 사채한도 4배 이내에서 경영관리가 가능하다고 봤다. 인상분을 3년간 분기별로 나눠 천천히 반영할 경우 올해 14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사채한도를 13배 늘려야 한다고 우려했지만 여당은 일부만 받아들였다.
추가 요금 인상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지만 이 또한 요원하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혁신정책관은 하반기 에너지 요금 인상 계획과 관련해 “현재는 예단하고 있지 않다”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자구책 이행 수준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에너지 가격 결정 구조 하에선 연료비 연동제를 기반으로 한 요금 및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인상은) 한전, 가스공사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한전이 발행한 채권이 80조원, 금융채까지 하면 100조원인데 (채권발행으로 인한) 이자도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코끼리의 비스킷과 같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에서 에너지 요금을 정치로 결정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정치권이 전력요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요금에 원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가 아닌 제3의 독립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구조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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