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공부가 게임처럼 재밌어요”…AI 학습 현장 가보니

지난 11일 경남 창원 남정초 5학년 학생들이 ‘아이톡톡’으로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경남교육청 제공]
지난 11일 경남 창원 남정초 5학년 학생들이 ‘아이톡톡’으로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경남교육청 제공]

“교과서로 하는 공부는 지루한데 ‘아이톡톡’은 놀이처럼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공부의 개념을 바꿔줬어요.”

지난 11일 경남 창원 남정초에서 만난 5학년 황금빛 양은 경남교육청의 AI 학습 플랫폼 아이톡톡으로 진행한 과학 수업에 대해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과학 수업은 종이 교과서가 아닌 태블릿PC와 노트북이 결합된 스마트 복합기기로 진행됐다. 태양계 행성에 대해 공부하는 단원으로, 모둠별로 태양계 행성을 하나씩 맡아 조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복합기기를 이용해 각자 맡은 부분의 발표 자료를 만들어 공유했다. 약 5페이지의 발표자료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학생들이 만든 자료는 교실 앞 대형 모니터를 통해 반 전체가 확인할 수 있었다. 발표 후에는 학습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퀴즈가 이어졌다. 답을 맞히지 못한 학생의 모니터에는 보충 설명을 위한 영상 자료가 제공됐다.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거나 아이트래킹을 통해 화면이 집중하고 있지 않은 징후가 포착되면 ‘아이봇’이 ‘집중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하호용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 교육연구사가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전자신문)
하호용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 교육연구사가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전자신문)

아이톡톡은 경남도교육청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교수학습 지원 플랫폼이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바탕으로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학습 관리를,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교육 콘텐츠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양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톡톡 개발을 위해 도내 교사들이 직접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출판사별 교과서 등 교육과정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 참여했다. 수업별 맞춤 퀴즈와 동영상을 지원하며 2021년부터 축적한 정보를 기반으로 AI 추천 학습도 제공한다.

수업에 참여한 남태우 군은 교과서로 공부할 때는 지루했는데 단말기로 공부하니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며 추천학습으로 복습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 이정민 씨도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가능해진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방식뿐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인 교수가 가능해졌다”며 “처음에는 기능 사용법을 가르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사용법을 습득하면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수월하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교육부가 AI교과서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현장 안착을 위한 교수학습 플랫폼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플랫폼 도입 사례연구, 학습데이터 연구 개발을 위해 경남교육청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서울과 제주교육청과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다른 시도교육청과 아이톡톡을 공유하는 문제를 의논하고 있다”며 “곧 결과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또한 “아이톡톡이 3년차를 맞아 약 6만명의 학생들에게는 유의미한 학습 분석을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됐다”며 “AI를 활용한 아이톡톡은 학생들의 개별성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경남)=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