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의도에서 열린 프랑스 화가 다비드 자맹의 개인 전시회에 다녀왔다. 다비드 자맹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릴 만큼 화려하고 다양한 색을 활용해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전시회에서 ‘한국의 별’이라는 특별 세션을 마련해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 등 국내 유명인에 대한 헌정작품을 공개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냉전시대가 낳은 분단국가라는 이미지를 넘어 문화, 핸드폰,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쌓아가는 중이다.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개최된다. 인간과 경제, 그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 과학자, 문화와 정책의 글로벌 리더가 부산에 모여 바다, 도시,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사회적 혁신과 기술을 탐구하는 자리다. 삼성전자, SK, 현대차·기아, LG전자, 롯데, 포스코 등 국내기업과 벤츠, 아우디, 폴스타, RWE, 에퀴노르, 베스타스, 오스테드 등 해외기업을 포함해 450여개 기업이 기후산업 기술을 전시할 예정이다.
각 국의 리더와 기업 대표가 참여하는 ‘리더스서밋’과 ‘비즈니스서밋’ 등 다양한 콘퍼런스가 개최되며 폐막식은 K팝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드림콘서트로 진행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기후산업 세계 최고 전시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년 초 ‘세계가전전시회(CES)’가 개최된다. 올해 CES 2023에는 174개국에서 3200여개의 기업이 참여했고, 방문객은 총 11만5000여명에 달했다. 해외 방문객만 4만명이 넘었다.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 참여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선도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550여 기업이 참여했고, 이는 전체 참여기업의 6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한국기업이 CES를 이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고착화로 탄소배출량도 크게 증가해 세계 12위 수준이 됐다. 우리 기업은 최신 감축기술을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내 산업 부문의 에너지 1메가줄(MJ) 소비당 이산화탄소 배출은 34.8g으로 20년 전보다 42% 이상 개선됐다. 이는 유럽연합(36.9g) 미국(39.6g) 일본(55.7g)보다 앞선 수준이다.
최근에는 많은 기후기술 스타트업이 탄소감축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돕는 에너지 플랫폼 기술, 인공위성으로 탄소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 AI로봇으로 폐기물을 분리하는 기술, 산림부산물 바이오 오일 변환 기술 등 혁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우리 기업은 최근 자동차와 TV, 스마트폰 등 제품 사용단계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전력 반도체를 만들거나 대기 전력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의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모두 연결해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종합솔루션도 제공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 때 탄소를 줄이는데 머물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혁신 역량을 발휘해 다양한 탄소감축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기업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에 우리 기업의 우수성을 보여줄 때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WCE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후산업과 기술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기후산업을 선도하고 탄소중립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되길, 그리고 이번 행사가 앞으로 한국판 기후 CES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teywoo@kor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