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유명 관광지 아사쿠사 거리는 2년여 만에 활기를 찾았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내국인들은 물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방문이 최근 크게 늘었다.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은 각 상점 카운터에 설치된 QR코드 결제판이다. 150년 동안 대를 이어 아사쿠사에서 전통차를 판매 중인 상점 ‘Masudaen Sohonten’도 신용카드에 이어 최근 QR결제판까지 설치했다. 점주는 “QR결제 비중이 최근 30%를 넘어섰다”며 “늘어나는 한국인 고객을 위해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한국어 안내 배너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 QR코드 결제 도입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브랜드 편의점을 넘어 일반 소상공인(SME)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도쿄에서는 아사쿠사를 포함해 시부야·신주쿠·아키하바라 등 관광지 대부분 상점에서 QR코드 결제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쿄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고층빌딩 ‘스카이트리’의 경우 전망대 관람권을 포함해 전망대 내 망원경과 카페, 기념품 상점, 상점가 ‘소라마치’에 이르기까지 모두 QR결제 혹은 바코드 결제를 지원한다.
‘애니메이션 성지’인 아키하바라로 한정하면 한국보다 오히 캐시리스가 더욱 더 확대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 상점과 게임센터, 자판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결제를 할 수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센터 ‘GIGO’의 경우 인형뽑기나 다트 등 입점한 모 기기에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결제단말기를 별도로 부착했다. 동전을 바꾸기 위해 줄을 서는 광경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사쿠사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 전통의 인력거 관광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경우 신용카드보다 오히려 QR코드 결제 도입이 더 빨랐던 사례도 있다. 관광상품 특성 상 고객과 현지에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부피가 큰 신용카드 단말기를 인력거에 상시 휴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소하게는 QR결제가 현금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결제 문제를 완화해 주기도 한다. 일본의 500엔 주화는 한국의 500원 주화와 무게와 크기가 비슷해, 거래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500원 주화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자판기도 500엔으로 인식할 정도였기 때문에 90년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일본의 500엔 동전이 한국의 500원 대비 약 10배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일본 정부가 기존 500엔 동전을 회수하고 신형 동전을 발행하면서 일단락됐으나, 일부 관광객은 혼잡한 틈을 타 500원 동전을 섞어 결제를 시도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하지만 QR결제를 도입한 상점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일본 SME들이 QR결제 도입을 서두른 것은 비접촉 결제 환경의 구축 말고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자금을 바우처 형태로 국민들에게 지급했는데, 이를 QR결제 형태로 사용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 신속하게 바우처를 지급할 수 있고, 결제처를 특정 업종으로 제한하는 등 현금이나 실물 상품권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일본 현지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높은 것도 SME들이 QR결제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 내 QR결제 1위 사업자 페이페이의 경우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점에게 1.60%(기본 수수료는 1.98%)를 받고 있다. 일본 내 신용카드 수수료는 1~5% 수준이며 업종에 따라 8%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신용카드의 경우 카드사 제휴점에 따라 결제가 불가한 경우는 드물지만, QR결제의 경우 각 제휴사에 따라 결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이는 일본 내에서도 QR결제 사업자가 확보한 제휴점이 각기 다르고, 일부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결제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알리페이 플러스’ 및 ‘카카오페이’ 배너가 있는 상점에서 결제를 지원한다. 이 두 가지 배너가 없다면 페이페이 제휴점의 경우에도 결제가 불가할 수 있다. 페이페이는 한국인 관광객이 카카오페이 결제 가맹점을 구분할 수 있도록 공항-관광지 동선에 따라 비치형 포스터, 배너 등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