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법률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국은 정국은 다시 냉각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의 건이 의결·심의되자 이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국민 건강’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외교도, 경제·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며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는 간호법이 의료 직역의 협업보다 갈등을 유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여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간호법을 ‘의료체계 붕괴법’으로 명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의료체계 붕괴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간호법 재의요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갈등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장 원내대변인은 “간호법은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강력히 반대하는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않고 심사 과정도 건너뛰면서 본회의에 직회부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정략적 목적만을 위한 입법권의 남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간호법 협상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 오히려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모두가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것을 봤다. 이럴 거면 약속은 왜 했나”라며 “거부권 행사는 겉으로만 의료체계를 위하는 위선이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이자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