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 몸값이 급등세다. 재사용과 검사 기술 개발을 위해 폐배터리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물건은 구하기 어려워 예정가격 대비 4~5배 높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매각 입찰의 투찰율(예정가격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250~500%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 3월 진행된 입찰에서 2018년 출시된 니로EV의 64kWh 용량 폐배터리는 예정가격 196만원의 4배인 785만원에 낙찰됐다. 동일 용량의 코나EV 폐배터리는 예정가격 324만원의 3배 이상인 1150만원에 낙찰됐다. 투찰율은 355%에 이른다.
2월 진행된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매각 입찰에서도 코나EV 폐배터리(64kWh)가 예정가격(50만원) 보다 5배 이상 높은 285만원에 낙찰됐으며, 쏘울EV(27kWh) 폐배터리는 예정가격(23만원)의 4배 이상인 105만원에 낙찰되며 투찰율이 각각 571%, 442%를 기록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2021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되고 구매 당시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해야한다. 한국환경공단은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지원을 위해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전국 4개 권역에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는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성능평가 등을 거쳐 용도를 결정해 다시 공급한다. 지난해부터는 폐배터리를 매각해 민간에 공급하고 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입찰자를 선정한다.
폐배터리는 잔존가치(SOH) 검사를 통해 재사용이나 재활용 여부가 결정된다. 배터리 성능은 통상 5~10년 운행 후 초기 용량 대비 70~80% 수준으로 감소한다. 보통 잔존수명이 60% 이상이면 재사용, 60% 미만이면 재활용 대상이다.
폐배터리 몸값 급등은 재사용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 목적과 배터리 원재료인 희소금속 가격 급등 등으로 재사용·재활용 수요가 높아지는 반면 물량 부족과 검사 과정의 병목으로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때문이다.
시장에서 폐배터리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폐배터리 매각 입찰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업체, ESS 제조업체, 배터리 상태 관리 전문업체, 배터리 진단·검사 기술 전문업체 등이 대거 참여해 낙찰을 받았다.
전기차는 2013년부터 본격 보급됐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10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가 다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검사와 재공급에도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8시간 이상이 걸리는 검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용 목적으로 폐배터리 낙찰을 위해서는 현재 300~400% 이상의 고가 입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폐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낙찰가가 상승하고 낙찰 경쟁도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