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가 개교 1년여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감사원의 설립 적법성에 대한 감사에 이어 정부의 출연 재검토 발언, 통폐합설까지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한 모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불똥’이 한전공대로 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곳곳에서는 ‘한전공대 죽이기’라고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정부 국정사업으로 추진됐으며 글로벌 에너지 분야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3월 개교했다. 한전공대 입학생(등록인원)은 지난해 107명, 올해 109명으로 2년차 정상 교육에 들어갔지만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실시한 데 이어 3월부터 대학 설립과정에서 적법성을 따져보는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대학 설립 부지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이 선정된 데 대한 적법성과 이 과정에서 나주시 등이 부지를 기부한 부영주택에 대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용도변경 등 조건부 특혜 제공설 의혹 등에 감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전의 적자 대책을 묻는 여당 국회의원 질의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원의 적자가 났다.
한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24억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고, 올해 1588억원을 출연할 계획이었다. 대학 건물 완공 등을 위해 2025년까지 추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인데, 한전의 출연금이 대폭 깎일 경우 정상적인 대학 운영을 이어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전은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 축소방안은 추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소속 광주시·전남도의원들은 정부의 한전공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남 나주시의회 의원들도 “청년의 꿈과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담보로 한 정치놀음이 참담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한전공대 출연금 전면 재검토 계획에 대해 “시·도민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우려감을 표시했으며 강기정 광주시장도 “한전공대를 감사하거나 대학을 흔드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비판했다.
한전공대 측은 대응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이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설까지 제기하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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