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들어 공급망 안정을 되찾아갔지만 이자·환율 등 금융비용 부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회사 수익에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3고(물가·금리·환율)’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실적에 부정 영향이 예상된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1분기 운반비와 원재료 구매비 등 공급망 관련 비용 부담이 줄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운반비는 41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76억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원재료 구매비용 역시 25조3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감소했다. 1분기 LG전자 운반비와 원재료 구매비는 각각 6904억원, 10조5349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55.6%, 2.2% 낮은 수치다.
운반비·원재료비 안정화는 엔데믹에 진입하면서 각국 물류시스템이 정상을 되찾은 데다 앞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강화한 공급망 관리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3주 연속 하락했다.
공급망 이슈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은 커졌다. 금융비용은 이자, 외환차이 등으로 발생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금융비용은 3조9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자비용은 2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다만 금융비용 증가분만큼 금융수익도 증가해 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은 피했다. 올해 1분기 금융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한 4조628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1분기 금융비용은 38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6%나 늘었다. 이자비용은 총 1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수익은 3585억원으로 금융비용보다 적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금융수익이 54.8% 늘었지만 금융비용 증가 폭이 더 컸다.
금융비용 증가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고금리, 고환율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긴축정책을 펼쳐온 미국과 유럽 등을 포함해 우리나라도 1년새 2~3%포인트(P) 가량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데다 금융 수익-비용 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실적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수익성 확보가 최대 과제인 상황에서 고금리, 고환율 환경이 지속될 경우 비용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이자나 환차손 등 금융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탄탄한 유동성을 확보해 비용 부담을 상쇄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금리,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