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코인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시로 이뤄졌지만, ‘뒷북 조치’라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리특별위원회는 김 의원의 징계를 시작했으나 국민의힘이 신속 제명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후 취재진에 “민주당은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사실상 김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이 당내 진상조사단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윤리위 제소를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업비트,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거래 현황 등을 제출받지 못한 상태다.
박 대변인은 “이미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당내) 진상조사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당의 조사가 상당 시간 걸릴 것이기에 지체하지 않고 윤리위에 제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 내에서 김 의원 코인 논란은 일단락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의원 징계에 대한 당내 반발을 넘어야 하는 데다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에서 뇌관은 여전하다. 윤리위 과정에서 여당의 공세를 버텨야 한다는 숙제도 안게 됐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간사는 이양수 의원, 민주당 간사는 송기헌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 아울러 김 의원에 대한 징계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신속한 징계를 요구하며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를 생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법에 따르면 윤리특위는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이양수 의원은 “민주당의 윤리특위 제소 결정은 환영하지만 자문위로 넘어가면 지연이 된다”며 “많은 국민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국회에 대해 공분하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소요되는 방법 말고 자문위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올릴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반면 송기헌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서 진행되고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며 “어느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서 단죄하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문했다.
이에 변재일 위원장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윤리특위를 소집해서 김 의원 안을 상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국민적 시각에 맞출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야 간사가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
최기창 기자기사 더보기